태블릿PC의 위력과 리더
태블릿PC의 위력과 리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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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태블릿PC를 늘 갖고 다닌다. 오래되어 가죽케이스가 너덜너덜하고 색이 바래 있다. 사용하기 쉽고 이동성이 있어 편리하다. 갖게 된 연유가 좀 특별나다.

수년전 울산대학에서 야무지게 스마트캠퍼스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학생, 교수, 교직원을 대상으로 태블릿PC을 파격적으로 지원한 것이 계기다. 소위 스마트강의지원시스템(SLMS)을 개발하여 강의실 밖에서도 태블릿으로 강의를 듣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스마트 캠퍼스 시대를 연 것이다. 그 결과 대학홈페이지에 공개된 동영상강의, 강의공개자료 등을 통한 선행학습, 교수와의 1대1 토론 및 상담 등 학습 편의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 기회에 학교당국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대 그리스에 강렬한 여걸이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최근 전대미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운 좋게도 버려진 태블릿PC’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정치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어느 종편뉴스는 그의 개인컴퓨터 파일에서 박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당선 소감문 등 44개 파일을 확인했다. 이 문서들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상반기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연설하기 전 그에게 전달된 것이다. 일부 문건은 곳곳에 밑줄이나 붉은 글씨가 적혀 있어 수정한 흔적도 발견된다. 특히 파일 중에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라 극도의 보안 속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2014년 독일 ‘드레스덴 연설’도 포함되어 있어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최순실씨는 능력 있는 사람이어요. 최순실씨의 ‘공덕’을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 최근 즉문즉설 강연으로 유명해진 스님이 청중들의 질문에서 답한 말이다. 과오도 아니고 공덕이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듯 많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TK(대구·경북)지역의 50대 이상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콘크리트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 이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다. 대단한 공덕이고 위력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사회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그들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제일 먼저 분개하고 지금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것 또한 최씨의 공덕이 아니면 무엇인가? 정말 대단한 위력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이 위기상황을 큰 기회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지혜로운 민족이 아닌가! 조금도 침체될 필요 없고 전혀 움츠릴 필요도 없다. 어느 나라나 위기의 순간에는 훌륭한 리더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했다. 역사에서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1세라는 불세출의 여왕이 있었기에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또 칭기즈칸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몽골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넓은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고, 리콴유(李光耀)라는 위대한 리더가 없었으면 가난한 섬나라이던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 최고의 경제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 위중한 시기에 충무공 이순신의 유명한 말씀이 생각난다. “신이시여! 우리에겐 12척의 배밖에 없습니다”라는 결의에 찬 자세. 즉 ‘사즉생 생즉사.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용맹스러운 정신자세가 국난을 극복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있었기에 조선은 두 차례에 걸친 난국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겐 이러한 리더, 이러한 영웅이 없어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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