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과 매몰비용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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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희대의 정치 코미디를 바라보면서 분노를 뛰어넘는 서글픔을 느끼는 이 때, SNS상에 한국에서 15년간 기자생활을 한 영국의 ‘마이클 브린’이 쓴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글이 화제다. 한국인은 부패, 조급성, 당파성 등 문제가 많으면서도 훌륭한 점이 많다는 결론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아직도 휴전 아닌 휴전국인 대한민국은 미국과 제대로 전쟁했을 때 3일 이상 버틸 수 있는 8개국 중 하나라고 한다. 또, 나라 평균 IQ가 105를 넘는 유일한 나라이고, 문맹률이 1% 미만인 유일한 나라이며, 문자 없는 나라들에게 문자까지도 보급하는 나라라고 한다. 실제로 UN이 제공한 문자는 한글이고 현재 세계 3개 국가가 국어로 삼고 있다.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해 세계를 경악시킨 대한민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을 발톱사이 때만큼도 안 여기는 나라, 세계 4대 강국을 우습게 아는 배짱 있는 나라다. 그런 결과는 평균 노는 시간 세계 3위이면서도 일하는 시간 세계 2위인 잠 없는 근면성과 노력에 기인한다고 본다.

세계 경제대국 11위 한국에도 ‘최순실 농단’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 위기는 잘못된 만남의 악연(惡緣)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번 결과를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의 경제학 개념으로 대입하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보인다. 기회비용은 경제학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개념인 동시에 현실에서 항상 접하는 문제이다. 지난 토요일 진행된 촛불집회 참석이라는 현실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합치면 어림잡아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누구에게나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배신감으로 가득 찬 국민들은 불안을 해소하고자 이번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선택해야 하며, 스님들은 ‘이판’과 ‘사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고졸자들은 진학과 취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대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 결국 선택된 하나의 비용은 포기한 다른 것에 대한 기회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로 측정하고, 이를 ‘기회비용(機會費用)’이라고 한다.

이 경제학 용어는 1914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비저(Friedrich von Wieser)의 저서에서 유래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프레데릭 바스티아 등이 초보적 수준에서 기회비용의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선택으로 인해 포기한 기회 또는 그러한 기회의 최대가치를 기회비용(보이지 않는 비용)이라고 한다면, ‘매몰비용(埋沒費用)’은 어떤 선택을 위해 실제로 지불된 비용(보이는 비용) 가운데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예컨대, 영화 상영 시작 후 영화관 입장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지불된 영화 관람료를 전혀 되돌려 받을 수 없을 경우, 영화 관람료 전체는 매몰비용이 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배신감과 불안에 가득 찬 국민들의 기회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들의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이 그립다. 부디 대한민국도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나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대한민국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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