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고급차·친환경차’로 대륙 공략 가속화
‘신차·고급차·친환경차’로 대륙 공략 가속화
  • 김규신 기자
  • 승인 2016.11.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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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산업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신차가 나오고, 돌아서면 또 다른 모델이 출시돼 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에는 전기차, 수소차 등 새로운 개념의 차량까지 상용화돼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격변하는 시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울산과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현대자동차도 경쟁 한 가운데에서 국내외 브랜드와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장에 연착륙하고 SUV가 호응을 얻으면서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신흥시장 통화 약세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영향이 지속하고 국내공장에서는 노조의 파업 여파로 생산이 주는 등 여전히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점유율 하락·해외서도 환율·시장 불안 악재 지속

현대자동차는 주력 차종 모델 노후화 등으로 인해 올 들어 내수 점유율 1위를 기아자동차에 뺏기는 등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지속하고 있다.

가장 큰 판매망과 많은 차량 모델로 판매 부문 1위를 지속했지만 올 들어 4월, 7~10월 연속해서 기아자동차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수입차의 공세도 갈수록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들은 벤츠와 BMW 등 독일차의 선전을 등에 업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판매 부진도 큰 걱정거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 판매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30.4%나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과 신형 아반떼 출시 등으로 지난해에 판매가 워낙 급증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해외 판매 역시 지난해 대비 6.6% 감소하면서 전세계 시장의 판매 대수가 지난해에 비해 10.1% 줄고 말았다.

해외 판매의 경우 국내공장 수출 분이 근무일수 감소와 태풍 피해에 따른 생산차질 등의 영향으로 8.3% 감소했고, 해외공장 생산 분도 근무일수 감소와 신흥국 경기 침체로 인해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끝난 미국 대통령선거도 자국 산업 보호를 공약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울산의 자동차 수출액은 60억 달러로, 울산의 대미 총 수출액의 56.6%에 달했는데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울산의 주력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다소 완만한 보호무역 기조 강화를 주장하는 클린턴과 달리 강성의 트럼프는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하며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공약해 와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륙에서 활로를, 중국시장 양적 확대

현대자동차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륙으로 그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꾸준히 산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다만 로컬 업체의 공세가 거세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중국 승용차연석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 시장은 2010년 전년 대비 34.4%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14년 12.1%, 지난해에는 10.7%를 기록하는 등 다시 산업수요가 감소하며 정체기에 접어든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SUV 차급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중국 정부의 구매세 인하 조치 등의 영향으로 올해 8월까지 자동차 산업수요는 전년 동기(2015년 1~8월) 대비 12.7%나 성장하며 다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최고 격전지로 떠오른 중국 자동차 시장 변화의 핵심을 ‘SUV·친환경·신세대’ 3가지로 정하고 적극적인 대륙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쟁이 가속화하는 중국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근 완공한 현대차 창저우공장과 내년 완공 예정인 충칭공장을 통해 중국 내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와 시장 여건을 반영, 친환경차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략형 모델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SUV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SUV 차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확대 적용하고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해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 공장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SUV 시장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친환경차 시장 ▲중국 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신세대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완공한 창저우공장 및 내년 완공을 앞둔 충칭공장에서 다양한 차급의 신차를 투입해 현지 업체의 저가 모델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며 “현지 업체들의 약점으로 꼽히는 품질 및 서비스에 대한 현대차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현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0%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중국 친환경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5월부터 신형 쏘나타(LFc) 하이브리드를 베이징공장에서 현지생산하고 있으며, 기아차도 올해 8월부터 신형 K5(JFc) 하이브리드를 현지생산하고 있다.

이후 2020년까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가지 친환경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총 9개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여 중국 시장 내 친환경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시장 성공적 안착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브랜드 방향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시장에서 지난해 12월 플래그십 모델 EQ900를 출시해 지난 10월까지 2만1천895대를, 지난 7월부터 G80를 선보여 넉 달 만에 1만3천284대를 판매했다.

지난달에는 스포츠 모델인 G80 스포츠를 출시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등 국내 고급차 시장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와 G80가 출범 1년 만에 국내 고급차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고급차 판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글로벌 고급차 시장 트렌드와 성장세에 발맞추기 위해 올 하반기 북미와 중동,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유럽과 중국 진출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9월에 중동과 러시아에 진출해 G90를 출시했으며 이후 유럽과 중국은 수년 내 순차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G80 스포츠 모델은 내년부터 북미, 중동, 러시아 등 주요 지역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둔화 및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 어려운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업체간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형·주력차종 판매에 역량 집중, 실적 반등 ‘시동’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최근의 실적 부진을 중국 시장 진출과 신형 및 주력차종 판매 확대로 타개하려 하고 있으며 효과도 점진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판매 실적이 전년도의 개소세 인하 효과 등에 따라 큰 폭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노사간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생산과 판매가 정상화됨에 따라 전월인 9월과 비교해서는 13.6% 증가해 지난 6월 이후 지속된 판매 감소를 마무리 짓고 증가세 국면으로 전환했다.

또 최근 사전계약을 받은 신형 그랜저(IG)가 하루 만에 계약대수 1만6천대로 역대 최대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신형 그랜저의 돌풍이 침체된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측면에서 외부 여건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고 주요시장에서 신차들이 출시되는 만큼 판매 확대와 믹스 개선에 주력하고,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향후 실적이 향상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개선 활동을 통해 불확실성 및 산업 환경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제고하고, 생산성 향상과 전사적인 비용 절감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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