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문 되길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문 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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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丙申)년 달력도 2장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을까마는 올해는 유난히 많은 사건사고로 얼룩져 민심이 어느 때보다 흉흉했다. 어디서도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꼬이기만 하여 대한민국이 흔들린 한 해인 것 같다.

국민들에게 패배감을 안겨 준 ‘최순실 게이트’를 접하면서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이는 ‘넘어질 수 있으니 발밑을 살펴 조심하라’는 말이다. 자신을 쓰러뜨리는 가장 큰 적은 철저하지 못한 ‘자기관리’에서 나오는 것이니 늘 살펴야만 한다는 의미다. ‘죄악 중에서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은 없고 허물 중에서 욕망을 다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는 노자 도덕경 한 구절을 그녀들이 음미하기를 권하며 ‘대한민국 힘내라’고 외치고 싶다.

먼저 울산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울산제일일보 창간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동지’로서의 언론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곱씹어 보는 시간과 함께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초심을 잃지 않을 약속이 필요해 보인다.

정말이지 대한민국 언론도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끝까지 추적, 진실을 밝혀낼 생각은 하지 않고 선정성 경쟁에만 매몰되면서 국민적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농락한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우리 언론은 불장난의 주도세력을 규명하기는커녕 언저리만 맴돌고 있다.

실체는 무엇인지 짚어내지도 못하면서 온갖 의혹만 키우는 보도에만 함몰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뒷북을 치거나, 사건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수사기관의 발표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언론의 존재이유에 대해 깊은 회의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한 해라는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은 ‘권력의 제4부’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권력을 흔들기도 하고, 사회운동을 교란시키기도 하며, 여론을 왜곡하기도 한다.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언론은 자칫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스스로에 대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이런 당위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 오래다.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는 뉴미디어의 급성장으로 종이·전파매체가 느끼는 생존의 위기, 경영논리의 급속한 강화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편집, 언론사 간 진영논리와 자사이기주의 심화로 인한 사회갈등 제공 등을 꼽을 수 있다.

근본을 바로 세우는 데 어려움이 어찌 없겠는가? 그래도 언론인은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갖는다는 공동선 구현의 길이라고 중지(衆智)가 모아지면 할 말은 하고, 꿋꿋이 나아가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인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일이요, 세상에 빛을 비추는 언론의 시대소명에 충실해지는 일일 것이다.

중국 동진 때 학자 갈홍(葛洪)이 지은 ‘포박자(抱朴子)’는 이렇게 권면(勸勉)하고 있다. “도끼로 맞더라도 바르게 말할 것이며, 뜨거운 솥에 삶아 죽이려 해도 바른 말을 다하라(迎斧鉞而正諫 據鼎?而盡言)”.

대한민국 국민에겐 지극한 마음의 아픔이 있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고 ‘바른 길라잡이’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에 언론은 오직 진실만을 말해야만 한다.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해야만 한다. 창간 9주년을 맞이한 울산제일일보가 울산 언론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울산시민들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길 응원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본보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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