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업혁명, 이제는 6차 산업 농촌에서 블루오션을 찾는다
新농업혁명, 이제는 6차 산업 농촌에서 블루오션을 찾는다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11.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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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귀농·귀촌 인구 92% 울주군에 정착
신우목장·배즙가공농장 6차 산업 운영 중
함안군 ‘동동바구’·양산시‘웰팜’ 선진사례
베이비붐 인구밀도 높아 맞춤형 정책 필요
영농법인 중심 등 지역특

‘잘 먹고 잘 사는 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고민이다. 특히 취업절벽에 부딪힌 청년들도,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중년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급한 숙제이기도 하다. 귀농·귀촌을 위해 울주군으로 이동하고 있는 울산시민들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한다.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생각이 가장 흔하지만 FTA 등 농산물 개방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희망의 끈을 붙잡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태다.

지난 2014년 귀농·귀촌인과 농민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새로운 산업 개념이 나왔다. 바로 ‘6차 산업’이다. 생산 개념인 1차 산업과 가공의 2차 산업, 서비스의 3차 산업을 융합(1×2×3=6)한 ‘농산업’의 개념이기도 하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곳곳에서 1·2·3차 산업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을 활용한 농가가 있기 때문이다. 6차 산업으로 성공한 농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뛰어들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6차 산업으로 농장을 운영하며 가공,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농민들은 6차 산업을 두고 농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해야 하지만 ‘어려운 숙제’라고들 말한다. 울산에서도 활발하지는 않지만 6차 산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을 가지고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문의도 잇따른다.

울산에서 귀농·귀촌한 인구 중 92%가 울주군에 정착하고 있다. 인구대비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울산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귀농·귀촌정책, 6차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이번 창간 특집 기획으로 울산의 6차 산업과 다른 지역의 6차 산업 정착 사례를 살펴보고 울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양산 웰팜의 삽량빵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웰팜에서 생산한 친환경 계란을 이용해 빵을 만든다.

◇ 울산 6차 산업 인증 사업장 2곳

6차 산업을 하는 농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증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인증제를 도입해 전국 100개의 농가가 인증 받아 6차 산업을 진행 중이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신우목장이 처음으로 인증을 받고, 올해는 농협배즙가공농장이 6차 산업 인증사업장으로 등록됐다.

울산시 울주군 신우목장은 아이스크림 만들기 스트링치즈 시연, 우유공장견학 등 체험프로그램을 중심으로 6차 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목장은 지난 2002년부터 지역에서 처음으로 6차 산업을 운영해 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우목장 이봉선 이사는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6차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개인 농장주가 6차 산업을 하기엔 여러모로 힘들다”며 “6차 산업에 대해 잘 알고 경쟁력을 가지고 운영해야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방침에 따라 울산 농협배즙가공농장은 6차 산업 인증 사업장으로 등록했다. 농협의 가공농장은 인증사업장으로 등록해 농업 활성화를 시키자는 취지다.

◇ 6차 산업 선진국 일본 ‘사이보쿠 농장’

일본은 6차 산업을 시작한 선진국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고령화와 농업인력 감소, 농가 소득 정체, 농산물 개방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지역 영농법인 등을 중심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발전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농업의 디즈니랜드로 불리는 ‘사이보쿠 목장’은 일본 6차 산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돼지고기 정육점에서 시작해 “돼지의 똥이라도 버리지 말자”는 노력으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작은 목장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250여종의 다양한 돼지 종을 이루고 돼지 기르기와 가공품 만들기, 여기에 관광까지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직원 580명, 직영목장 3곳, 산하농장 13곳을 둘 정도로 그게 성장했다.

이 농장은 테마파크 면적이 약 9만9천173㎡에 불과하지만 연간 방문객 400만명이 다녀가고 있다.

농장에는 소시지와 햄 공장을 비롯해 가공품 공장, 채소 판매장, 천연온천이 이어져 있으며, 3개의 목장에서 기르고 있는 돼지를 이용한 1차 산업을 시작으로 햄, 소시지(2차 산업)에 레스토랑 등 3차 산업까지 어우러져 있다.

▲ 함안 동동바구 블루베리농장의 목공예 체험 프로그램. 동동바구는 블루베리 생과 체험은 물론 목공예, 사슴농장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농촌교육농장으로 운영한다.

◇ 경남권 6차 산업 1세대 양산 ‘웰팜’

경남 양산시 ‘웰팜’은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잡히면서 시작한 경남권 1세대 6차 산업 농가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던 김성권(43) 대표가 2008년 고향 양산으로 돌아와 양계농가를 하던 아버지 김태근(77)씨와 함께 6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웰팜은 1차 산업으로 기존 케이지 방식 사육에서 풀어서 키우는 자연주의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친환경 계란을 활용해 양산 삽량빵을 개발, 제조하며 2차 산업을 하고 있다. 또 3차 산업으로 유정란을 판매하고 양산 삽량빵 판매장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산 삽량빵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자유학기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 교육에도 신경쓰고 있다.

가족농으로 시작해 현재는 20~30대 젊은 층의 직원도 채용해 총 8명이 웰팜에서 근무하고 있다.

웰팜 김성권 대표는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체험농장 등 6차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 25곳을 모아 사단법인 농촌체험관광협회를 조직하고, ‘양산들애’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가 있어야 질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농촌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 농가들 스스로 평가를 하며 체험의 질을 높이고 있다.

김성권 대표는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6차 산업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게 돼 한번 시도해봐야겠단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와 시작하게 됐다”며 “6차 산업 인증제가 지난해부터 시작돼 양산의 6차 산업도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꾸준히 지속해나간다면 친환경농업 활성화는 물론 젊은 세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돈에서 블루베리 농장으로 함안 ‘동동바구’

경남 함안군의 동동바구라는 블루베리농장은 이 지역 교육체험농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5만9천504㎡의 규모의 작은 개인 농장이지만 한 달에 약 3천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광수(63)·정경숙(57) 부부가 운영하는 이 농장은 처음에는 양돈 농가였다. 약 40여년 전 돼지를 키우기 시작해 10년 정도 이어갔지만 사료값 파동과 태풍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사업을 접었다.

이광수 대표는 그 당시 유망 직종으로 꼽히던 블루베리를 취미로 키우기 시작했고, 그 이후 10년째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여기에 농업인 대학에서 공부를 해온 정경숙 대표는 체험교육농장을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육농장 프로그램은 사슴 목장 체험, 블루베리 생과 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지역 초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1학년을 대상으로 1인 1나무 갖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은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며 6년 동안 함께 성장해 나간다.

지난 2월부터는 아들 이상엽(31)씨도 농장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LG 해외자원개발에서 근무하던 이 씨는 일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아 아버지와 함께 가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이씨 덕분에 농장 체험프로그램은 더욱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몸소 느낄 수 있는 체험에 젊은 감각이 더해져 호응이 높다.

정경숙 대표는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니 분위기도 훨씬 유기적이고 농장운영도 수월해진 것 같다”며 “부부의 노하우와 아들의 홍보 감각이 더해지면 농장이 좀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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