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임용 공무원의 지난 1년
늦깎이 임용 공무원의 지난 1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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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나는 민원인이 아닌 공무원으로서 울산 북구청에 첫 출근을 했다. 내게 구청으로의 첫 출근은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동기생들과는 그 의미가 달랐다. 마흔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2일 동기들과 임용장을 받으며 했던 많은 다짐과 생각들을 1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떠올려 보고 앞으로 남은 공직생활에서의 마음가짐을 다져본다.

막연히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서른의 끝자락에 생업에 종사하며 공무원에 도전했다. 늦은 나이에 시험을 준비했기에 주위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 20년 전 고등학교 때 달달 외던 영어 단어와 숙어가 외계어처럼 생소하게 느껴질 때면 나 자신이 한심하고 초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겐 목표가 있었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 노력은 합격이라는 결실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했기에 합격 소식이 더욱 기뻤다. 어디에 발령이 날지, 어떤 부서로 갈지 설레기도 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려면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뒤따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한 자격지심에 공무원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란 걱정도 없지 않았다. 물론 기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40대에 공무원 1년차를 맞는 내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민원인 신분에서 대민 서비스를 받았지만 일선에서 민원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1년 전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도 이제는 불편함과 불법의 대상임을 주시하게 된다.

늦깎이 공무원이 되어 조직사회에 적응하는 것 또한 현재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엄연히 조직 내에는 계급이 있고 명령체계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 생활을 해 보니 생각보다 조직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수직적 상하관계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관료제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내가 몸담고 있는 울산 북구청에서는 그렇다.

얼마 전 태풍 ‘차바’가 들이닥치며 북구를 포함한 울산 전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지난 이튿날부터 나와 동료직원들은 모두 현장근무를 해야 했다. 동천변 산책로와 자전거길의 쓰레기를 치우며 점심도 현장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줄 알았던 공무원 생활이 아니었다. 한 달 가까이 정시 퇴근과 주5일 근무는 반납해야 했다. 힘든 복구작업이었지만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책임감과 대민 서비스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태풍이 할퀴고 간 피해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자 휴일도 반납한 채 묵묵히 대민 지원에 나서는 동료직원들이 자랑스러웠고,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태풍피해 수습에 신속하게 대처해 권역별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피해를 복구하는 현장을 지켜보며 공무원 조직이 가진 체계적 시스템의 장점도 알았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내게 태풍피해 복구 현장은 큰 배움터가 됐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청탁금지법’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졌다. 혹시나 괜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는 않을까란 걱정이 앞서 민원인들을 대하기가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면 사회가 변화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청렴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이다. 특히 공무원의 청렴은 마음가짐의 문제인 만큼 공무원의 자발적인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청렴도는 국가의 품격을 나타내는 척도이며 국가경쟁력의 주요 요인이다.

청렴한 공무원이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공무원이라고 확신한다. 나 또한 1년의 공무원 생활을 뒤돌아보며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기본 의무이자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국가를 유지하는 정신적인 보루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 다짐해 본다.

최종현 울산 북구청 환경미화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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