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리더(Cult Leader)’
‘컬트 리더(Cult Leader)’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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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So uth Korea)의 ‘비선 실세(秘線 實勢) 논란’이 지구촌의 각종 뉴스 사이트에서 ‘역대급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 1위의 온라인 언론매체라는 미국의 ‘버즈피드(Buzzfeed)’도 얼마 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혹은 ‘최순실 스캔들’)의 총정리 편을 내놓으면서 제목을 “축하해요 한국, 가장 이상한 대통령 스캔들이 터졌네요.”라고 달았다. 자기네 취향대로 실컷 비꼰 것이다.

그 속에는 1970년에 마각을 드러낸 영세교(永世敎) 교주 최태민(1912∼1994)의 이야기서부터 최근의 내각 총사퇴, ‘팔선녀’ 의혹, 정유라 특혜 논란에 이르기까지 구질구질한 이야깃거리들이 잔뜩 들어가 있다. 최태민에 대한 설명에서는 ‘남한의 라스푸틴으로 알려진 컬트 리더’라는 표현도 구사했다. 여기서 ‘라스푸틴(Grigory E. Rasputin)’란 인물을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제정러시아 말기의 파계(破戒)수도자 겸 예언자로, 황태자의 지병을 기도 요법으로 치료해준 덕분에 황실의 신임과 알렉산드라 황후의 총애를 얻은 뒤부터 내정간섭과 폭정, 간음을 일삼았고 사리사욕까지 채우다가 끝내 암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재미난 것은 ‘컬트 리더(Cult Leader)’란 용어다. ‘컬트(Cult)’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개가 있다. 하지만 최태민에 빗대어 한 말이니 ‘사이비종교(似而非宗敎, Pseudo Religion)’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이 낱말에 ‘지도자’란 뜻의 ‘리더(Leader)’를 갖다 붙이면 ‘사이비종교 교주’가 된다. ‘컬트 리더(Cult Leader)는 바로 사이비종교 교주인 것이다. 동의어에 ‘컬트 파운더’(Cult Founder=Cult 설립자)’란 용어가 있다.

한때 ‘목사’의 가면을 쓰고 다녔던 최태민은 목사 안수도 안 받은 사이비였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본다면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능한 ‘거짓 선지자(False Prophet)’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주변에 정식 안수까지 받은 ‘목사님들’이 득시글거렸다니, 대단한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고 한 십계명의 첫째 계명을 보란 듯이 어긴 사기꾼에 지나지 않았다.

‘컬트 리더(Cult Leader)’란 말은 ‘온라인 백과사전’이라는 ‘위키피디아(Wikipedia)’ 영문판에도 실렸다. ‘최순실’에 대한 설명 페이지에서 최씨를 ‘한국의 무속인이자 사이비 종교지도자(=a South Korean shaman and cult leader)’라고 소개한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둘러싼 정치 스캔들의 주요 용의자’란 말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최태민-최순실 부녀는 대를 이어가며 나라 망신 하나는 똑 부러지게 시킨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인터넷 바다에서는 ‘컬트 리더(Cult Leader)’에 대한 정의가 부표처럼 떠다니고 있다. 국제컬트연구협회(ICSA) 집행이사를 지낸 미국의 상담심리학박사’Michael D. Langone’의 글을 번역했다는 오세준씨는 ‘사이비종교 체크리스트’를 15개 항에 걸쳐 소개했다. 사이비종교의 특징을 6가지로 정리한 미국의 소설가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의 글도 파도를 타고 있다. 지면 관계상 마이클 셔머의 말만 옮겨보기로 한다.

▲자신이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하다고 주장한다. ▲신도의 재산이나 성(sex) 따위를 착취한다. ▲자기의 종교가 절대적 진리나 도덕을 알고 있다고 배타적으로 주장한다. ▲자기의 종교가 가지고 있는 주요 결함을 신도들에게 숨긴다. ▲외부인을 신도로 끌어들이는 포교술이 존재한다. ▲자기 종교의 일정 부분을 감추어 외부인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이비종교의 18가지 특징’을 논한 어느 종교연구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특정 행동을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바탕(Base)종교의 교리에서 너무 벗어나 있거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거나, 비윤리적인 종교는 사이비종교다.” 이러한 종교의 리더는 ‘사교(邪敎)의 교주(敎主)’라 해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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