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 잠재우는 산기슭 속 숨어있는 ‘보물’
고단함 잠재우는 산기슭 속 숨어있는 ‘보물’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6.11.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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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 가을빛에 물든 청도 운문사 전경. 50여 명의 비구니가 수행의 삶을 이어가는 사찰이다.

경북 청도는 울산과 인접한 고을이다. 하지만 영남알프스의 주능선인 낙동정맥이 가르고 있어 예전에는 접근이 서로 어려웠던 곳이다.

청도 운문사는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운문산 기슭에 자라잡고 있다. 운문산은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이 공유하고 있는 산이다. 그 운문산의 청도 쪽 자락에 운문사가 있다.

운문사가 있는 운문면은 울주군 상북면과도 이웃이다.

운문사는 비구니 수행 도량이다. 250여 명의 비구니가 수행의 삶을 이어가는 사찰은 여느 곳보다 차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 운문사 대웅보전과 삼층석탑.

운문사에 들어서면 우선 특이한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가지가 아래로 늘어져 있어 ‘처진 소나무’라고 불린다. 이 수령은 약 500년 정도이다. 나무의 높이는 6m, 가슴 높이 둘레는 2.9m, 밑동의 둘레는 3.45m이다. 가지의 길이는 동쪽이 8.4m, 서쪽이 9.2m, 남쪽이 10.3m, 북쪽이 10m이다.

나무는 굵은 줄기가 위로 솟구쳐 2미터쯤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수평 방향으로 고루 가지가 뻗쳐 있다. 길게 뻗은 가지가 늘어지면서 가지의 전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여러 개의 지지대를 세워서 보호하고 있다. 생육 상태는 좋다. 매년 봄이면 열두 말의 막걸리를 부어 기름진 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운문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고찰로 삼국의 옛이야기를 전한다.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신라의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한 장소로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만세루를 지나 펼쳐지는 경내의 모습은 불쑥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움보다 잔잔한 평온함으로 찾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새롭게 만들어진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보전과 함께 비로자나불을 모신 또 다른 대웅보전은 창살마다 다른 무늬가 화려하다. 너른 강당인 만세루를 지나 얼핏 지나가기 쉬운 작은 전각인 잡갑전 내부로 사천왕석주 4기와 석조여래좌상을 모셔 놓았다.

▲ 운문사 만세루 현판.

석주는 석탑의 일부였을 듯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불상도 그 모습이 아름답다. 운문사의 새벽과 저녁을 이어가는 예불은 사고의 소리와 어우러지는 비구니 스님의 낭랑한 독경으로 이름 높다. 새벽 어스름을 가르는 소리도 좋지만 고단함을 잠재우듯 세상으로 울려 퍼지는 저녁 예불의 공명음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씻어주는 청정한 울림이 담겨 있다.

울산시청에서 운문사까지는 약 47Km로 승용차로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울밀로를 따라 가다 석남사 못미친 곳에서 우회전해 운문령을 넘으면 된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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