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방담(放談)(3)
골프 방담(放談)(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1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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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모 일간지에서 사주가 남도의 소리를 좋아해서 상을 제정하였다고 소리에 관한 기사가 자주 나왔다. 공적(公的)인 일과 사주(社主)의 사적(私的)인 일이 뒤범벅되는 장면이다. 본사에서 주최하는 골프대회, 복불복의 재수보기식 대회가 아니라 진정 골프를 즐기는, 또한 실력 있는 골퍼들만의 시합이 종전과는 다르게 시행된다. 이에 골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자 방담을 하였다. 기사(記事)가 아닌 칼럼이기 때문에 필자의 수상(隨想)과도 같은 사적(私的)인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우스개 소리이기를 바란다.

11월 3일(월)에는 비가 오지 말아야 한다. 울산제일일보의 골프대회가 있는 날이다. 비와 관련하여 골퍼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골프치고 제일 기분 좋은 것은, 1)골프 라운딩을 끝내고 샤워장에서 막 물을 끼얹을 때, 2)휴게실에서 생맥주 첫잔을 마실 때, 그리고 3)집에 가려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라고 한다.

그러면 기분 나쁜 일은, 1)차가 크다고 내 차만 타고 가자자고 할 때, 2)골프장에 막 도착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할 때, 3)아침부터 피곤하게 운전해주었는데 멀리건도 못 받고, 비까지 내려 내기에 졌을 때, 4)점심 먹을 때, 너는 기사이니까 술은 먹지 말라고 하고서 자기들끼리만 잘 마시고, 돌아오는 자동차 속에 코를 골며 잠잘 때라고 한다.

공이야 잘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으니 방담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딱 하나 공을 치려고 백스윙할 때부터 임팩트가 끝날 때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했다면서 ‘미운 놈, 얼굴’을 상상하며 후려치는 사람이 있다. 얼마간 그렇게 치니까 멀리 가드라면서 자랑하더니 요즈음에는 공위에 이상한 이름들을 하나씩 써놓았다. 기억나는 것 몇 개는, 김정일, 노OO, 바다이야기, 윤영철(살인법), OO자이었다. ‘이 여자는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바가지지’ ‘집에 가서 고자질할 거야.’ ‘하라고. 나도 계수씨한데 고자질할 것 있으니까.’ ‘야, 빈다. 빌어. 하여간 어떤 공이 제일 멀리 나갔어?’ ‘그거야 윤영철이지. 무서워서 다들 피하드라고.’

골프 서클에서 라운딩을 하는데 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한 사람이 저만큼 멀리서 세컨드 샷을 하려고 잠시 서 있다가 자기 머리와 가슴을 자꾸만 두들겼다. 깜짝 놀라 달려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야가 시방 나한테 조금만 건드려서 잔디 위에 올려놓고 치라고 해’ ‘그래서?’ ‘머리로는 안 된다고 하고, 가슴으로는 그냥 치라고 해서…’ 그날 우리는 ‘정직상’을 급조하여 그 사람에게 주었다.

방담을 마치며 골퍼들에게 꼭 지켜주기를 바라는 에티켓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는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조용히 하며, 백스윙할 때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멀리, 또는 뒤에 서 있기를 바란다. 빈 스윙할 때부터 신경을 쓰게 한다. 둘째는 퍼팅할 때, 퍼팅 라인 끝에서 쪼그려 앉아, 특히 움직이면서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 퍼팅이 완전히 망가진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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