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또 노조간부 무더기 ‘신분보장’
현대차노조, 또 노조간부 무더기 ‘신분보장’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6.10.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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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부 19명 법률소송비 조합비로 지원키로… 신분보장기금이 불법행위 조장 지적
현대자동차 노조의 ‘신분보장’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조가 최근 다시 노조간부 20여명을 무더기로 신분을 보장키로 해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6일 집행부 임원과 사업부 대표, 각 지역위원회 의장이 모인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를 결정했다.

신분보장제도는 조합 활동으로 발생되는 노조간부 및 조합원의 신분에 불이익이 발생됐을 때 조합에서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로 조합 활동의 활성화에 취지가 있다. 그러나 업무방해, 폭력, 재물손괴 등 형사상 중대한 범죄를 범한 노조간부와 조합원까지 신분보장기금을 통해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서 오히려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27일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회사와 소송 중인 노조간부 19명에 대한 소송비를 조합비로 운영되는 ‘신분보장기금’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지난 8월 복직요구 천막농성을 막았다는 이유로 울산공장 본관 보안초소의 기물을 파손해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해고자 A씨(44)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분보장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신분보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논란을 비켜가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7월11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통해 신분보장기금 고갈에 따라 5억원의 예산을 전용키로 특별 결의, 신분보장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신분보장 논란의 핵심은 현행법 체계까지 뛰어넘는 무분별한 보호에 있다. 현재 노조는 불법 여부를 떠나 ‘조합 활동’으로 인정되면 무조건 지원을 하고 있다. 노조 규정 제14조(신분보장)에서 ‘조합 활동 과정에서 해고나 구속된 경우 복직 시까지 통상임금과 정규상여금, 회사에서 지급하는 제지급금(성과급·일시금·각종 휴가비·선물비 등)과 법적 투쟁비용 일체를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사기죄로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인 해고자까지 신분보장기금을 추가로 적용키로 하는 등은 조합비를 남용한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씨의 경우 이미 신분보장기금으로 급여를 제공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번에는 소송비까지 추가로 지원받게 됐다.

현재 A씨는 지난해 7월 산재사기행위로 지난 8월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형을 판결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울산1공장에서 안전사고가 아닌 단순한 장비사고가 발생했지만 생산라인을 10일이나 중단시켰고, 해당 공정의 작업자를 꾀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도록 사주하고 산재보험금 부정수급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A씨는 잇따른 불법행위 이력으로 현재 징계 해고된 상태여서 이번 신분보장 결정에 대해서는 조합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맨아워 협의를 이유로 생산라인을 정지시켰고, 2013년 4월에는 주간연속 2교대 휴일특근 방식 변경을 두고 불법집회와 본관 계란투척 등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한 조합원은 “노동운동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보상은 이뤄져야겠지만 A씨 같은 경우 사기행각 등으로 현장에서도 조합원들의 정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신분보장 결정이 이뤄진 건 다소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도 노조의 불법행위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한 전문가는 “신분보장기금 지급이 관대하다보니 노조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보험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신분보장기금이 보호막 역할을 하다 보니 ‘불법행위 후원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신분보장 적용 규정이 그 동안 생산라인 무단정지, 회사 기물파손, 폭행 등 정당한 노조활동 범위를 벗어난 불법적 행위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면서 국가형법체계까지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적잖다”며 “신분보장기금 지원의 전제조건인 ‘노조활동’의 개념을 상식이 허락하는 범주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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