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內 음주가무땐 운전사만 처벌… 악순환 되풀이
관광버스內 음주가무땐 운전사만 처벌… 악순환 되풀이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10.20 2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락철 관광버스 교통사고 최다
고객유치 서비스 위해 불법행위 허용
업무환경 열악… 사고땐 80% 책임부담
지난 13일 울산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교통사고로 관광(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관광버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음주가무 행위’를 꼽았는데, 버스 내 음주가무 행위에 대한 처벌은 운전자에게만 있고 버스업체나 승객에게는 없어 이 같은 행위는 여전히 관습으로 남아 결국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 “불법행위 처벌대상 업체·승객 포함해야”

관광버스 교통사고는 대개 행락철에 발생한다. 이번 관광버스 사고도 중국 여행을 다녀오던 승객들이 변을 당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발생한 전세버스 교통사고 중 4~5월과 9~10월 발생한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전체 1천188건 중 4~5월에 237건, 9~10월에 245건이 발생했고, 2014년에는 1천184건 중 4~5월 202건, 9~10월에 264건이 발생했다. 2013년 4~5월에는 총 234건이 발생했고, 9~10월에는 218건이 발생했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다양한 사고 원인이 있겠지만 ‘버스 내 승객의 음주가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승객의 차내 소란행위 방치운전 적발 시 운전자는 범칙금 10만원과 벌점 40점, 40일 면허정지 처벌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광버스 내 음주가무는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있다.

운전기사들은 법 위반에 대한 처벌 대상을 버스업체와 승객 등도 포함시켜 예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고객 유치를 위한 음향기기를 설치하며 법을 위반하고 있다. 승객이 원하는 대로 서비스를 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한 관광버스 회사 기사로 일했던 A(59)씨는 “음주가무 행위 문제로 손님의 불만이 들어오면 회사에서는 운전기사에게 불이익을 준다. 음주가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은 운전기사 혼자밖에 받지 않는다”며 “하지만 투어를(관광버스) 주로 뛰는 운전기사들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1천만원이 넘는 음향시설을 설치한다. 음주가무 등 승객이 원하는 대로 하면 고객과 직접적으로 다음 여행을 계약할 수 있어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새벽 4시30분 출근해 1시30분 귀가” 토막잠 자는 통근버스 기사들

기업의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들의 업무 환경도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경주 관광버스 업체에 소속된 운전기사 B(67)씨는 울산의 한 기업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30분 회사로 출근한다. 버스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차체와 내부를 청소하다보면 20~30분이 걸린다. 그리고 5시30분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2~3시간 정도 잠을 자고나면 다시 2시 통근 버스 운행 준비를 시작한다. 1차 운행과 같이 2시간을 운전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새벽 12시30분 3차 운행 준비를 한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1시30분. 틈틈이 휴식을 취했다해도 몸은 무겁다.

새벽 4시에 시계를 맞춰놓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며 한 달간 그가 받아가는 월급은 평균 140~150만원이다.

주말없이 한 달을 꾸준히 일했다고 해도 기본급 100만원에 편도 운행 수당 1만원씩 하루 2회를 뛰면 수당 60만원이 추가돼 160만원을 받는 게 전부다. 이 같은 상황에 버스 사고라도 발생하면 한 달 월급은 몽땅 날아가 버린다.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 80% 정도를 운전기사에게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통근버스 기사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용돈벌이로 일을 하는 사람은 이 월급이 적당하겠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라며 “접촉사고 등 차 수리비는 기사가 물고 있다. 보험 할증료가 붙기 때문이다. 기사가 물지 않겠다고하면 퇴사 조치 시킨다. 아마 관광버스업체 8~90%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