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맑은 가을호수에 마음 비춰볼까!
시리도록 맑은 가을호수에 마음 비춰볼까!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6.10.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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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서부동 '명덕호수공원'
▲ 명덕호수공원 전경.명덕호수공원 내 편백나무로 이뤄진 ‘편백길'.

가을은 ‘상실의 계절’이다. 그토록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도 왠지 슬픈 일이지만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초록의 싱싱함을 잃어가며 떨어지는 모습은 상실감을 더하기 마련이다.

이 가을에 누군가는 여름처럼 뜨거웠던 지난 사랑을 아쉬워할 테고, 누군가는 또 다시 추운 겨울로 향해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할 것이다. 상실의 계절, 가을엔 필연적으로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다.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조용한 숲속 길을 홀로 걷다보면 상념은 나비처럼 주위를 맴돌고, 사색이 짙어지다 보면 어느새 삶은 다시 생기를 찾는다. 스위스 철학자 ‘아미엘’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유로운 사색에 잠기는 것은, 한낮의 더위로 빛을 잃고 지쳐버린 생각을 밤에 오는 비처럼 소생시킨다.” 해서 가을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을 건다. “저랑 산책 한번 하시겠어요?”

♧명품공원이란 이런 것, 명덕호수공원

비록 공장굴뚝이 즐비한 산업수도 울산이지만 울산은 산업과 자연이 한 데 어우러진 생태도시다. 무엇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과 도심과 인접한 드넓은 동해바다는 울산이란 도시의 매력을 더한다. 더불어 울산에는 산책할 곳도 많다. 특히 도심 속 명품 공원들이 적지 않은데 잠시 쉬었다 가기엔 아까운 곳들이다.

동구 서부동에 위치한 ‘명덕호수공원’이 그렇다. 명덕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장장 2.6km에 이르는 긴 산책길은 물과 숲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탓에 거닐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명덕호수공원 산책길의 최대 매력은 ‘지루하지 않다’는 데 있다. 굳이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지 않아도 공원의 다양한 모습들이 당신을 금세 빠져들게 할 것이다.

산책의 시작점은 개인의 자유지만 보통 편백길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샤워를 통해 스트레스로 더러워진 몸을 먼저 씻어 보자. 그렇게 편백길을 벗어나면 이젠 생태습지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평소 보기 힘든 연꽃과 창포, 갈대 등이 식재돼 계절이 좋을 땐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신선들의 놀이터를 방불케 한다.

생태습지원에서 흥을 끌어 올리고 나면 이젠 발이 바빠진다. 본격적인 산책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다소 긴 숲속 길도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인접한 저수지의 수려한 풍광이 계속 따라다니며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가끔 물 위를 걷고 싶은 욕망도 생긴다. 그래?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리시라. 그리 할 수 있다.

숲 속 산책길을 한 참 걷다보면 물 위로 놓인 멋진 나무다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다리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이 공원의 ‘심장’이다. 시선을 다소 먼 곳에 두면 인적이 드문 울창한 숲이 보이는데 이맘때면 가을의 진주인 단풍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아직 남은 초록과 적갈색의 조화, 그리고 그들을 지탱하는 영롱한 물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연주해 더욱 유명해진 캐나다의 호수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도 부럽지 않다.

아니, 들고 온 스마트폰으로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순간, 나무다리의 난간을 두 손으로 잡은 뒤 먼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는다면 한 편의 광고가 탄생한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어(大漁)’들과 조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저수지물이 식수로 사용되면서 공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곳은 출입통제구역이었다. 이 말인 즉은 물고기들에게는 천국이란 뜻이다. 거짓말 않고 진짜 1m에 육박하는 잉어도 볼 수 있다. 지금도 낚시는 금지돼 있어 수많은 강태공들이 손맛만 다시고 있다.

이런 다리가 이 공원에는 두 개나 있다. 첫 번째 다리는 순수한 나무다리이고, 두 번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살짝 닮은 아치형 케이블 나무다리가 그것이다.

두 번째 다리를 지나고 나면 이제 공원 산책도 서서히 막바지로 접어든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데크로 이뤄진 산책길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고 나면 열린광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끔씩 공연이 열려 운 좋을 땐 산책의 피날레를 좀 더 멋지게 장식할 수 있다.

♧산책 이외의 것들

명덕호수공원에서 산책은 전부가 아니다. 생태습지원에서 길을 틀어 위쪽으로 향하면 산행도 가능하기 때문. 비록 낮은 산이지만 등산 기분은 충분히 들게 만든다. 또 생태습지원에서 산책로나 산행길이 아닌 시냇가로 이어진 위쪽 길을 선택하면 숲속 헬스장으로도 갈 수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공터에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근육운동을 원하는 당신을 기다린다. 건물 안 헬스장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명덕호수공원은 입지가 탁월하다. 조금만 가면 일산해수욕장의 드넓은 동해바다와 송림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대왕암공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쇼핑을 원하면 공원에서 불과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대백화점 동구점으로 가면 되고, 영화나 공연을 보고 싶을 땐 현대백화점과 인접한 현대예술관으로 직행하면 된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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