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의 ‘하중도(河中島)’
태화강의 ‘하중도(河中島)’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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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河中島)?

들어보셨나요? 강 가운데 있는 섬을 말합니다. 하중도는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섬입니다. 세계 최대의 하중도는 아마존 강 하류의 마라조 섬으로 넓이가 무려 4만7천573km²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하중도로는 한강의 여의도와 밤섬, 낙동강의 을숙도, 대동강의 능라도, 압록강의 황금평 등이 있습니다. 대구 금호강에서처럼 섬 이름 자체를 ‘하중도’라고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대구의 관광명소죠.

그럼 태화강에는 어떤 하중도들이 있을까요? 아내와 함께 태화강의 섬을 찾아 나섰습니다. 구영교에서 배리끝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조그마한 대숲을 지나니 배리끝이 나오고 그 앞으로 길이가 200m, 너비가 10~20m쯤 되는 하중도가 나타났습니다. 섬에는 키버들, 섬버들이 아담하게 자라고 주변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수면위로 올라와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태화강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이기도 하고 위로는 포항 가는 고속도로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배리를 지나 징검다리를 향해 걸어갑니다. 주말 농장에선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길가엔 코스모스가 햇살을 받으며 맘껏 자신의 자태를 뽐냅니다. 동네 어른들은 왕벚나무 밑 평상에서 태화강을 즐기고, 신이 난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코스모스 길을 달려갑니다. 눈앞엔 또 다른 하중도가 나타납니다. 징검다리 가까운 곳입니다. 마치 점점이 떠 있는 것이 징검다리처럼 보입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섬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그냥 태화강이라 했습니다. 섬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 없는 섬에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배리끝 앞의 섬을 ‘배리섬’으로, 징검다리 주변의 섬들을 ‘징검다리섬’으로 말이죠. 혹시 나도 모르게 섬의 이름이 있는지도 모르죠.

징검다리를 뒤로 하고 이번엔 유일하게 태화강에 남아있는 이름 있는 섬 삼호섬을 찾아갑니다. 아내와 함께 대숲 안쪽을 들어가니 바바리 맨이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다 황급히 몸을 숨깁니다. 참 민망합니다.

이 섬은 1910년대에 생성된 섬으로 추정되며, 2004년엔 1만 7천여 평에 대숲체험로, 조류관찰대, 습지관찰데크, 자연학습장 등 생태체험장을 만들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하 그런데 이 섬은 행정구역상 어느 동에 속할까요? 남구인 무거동일까요? 중구인 다운동일까요? 무거동으로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다운동에 속하는 섬입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이 섬은 다운동에 더 가까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운동 쪽에서 골재 채취를 하고 무거동 쪽에 모래가 퇴적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태화강에 이름 없는 섬은 더 없을까요? 삼호섬 밑 삼호다리 아래에도 이름 없는 섬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곳엔 왕버들, 키버들, 섬버들 등 여러 종류의 버드나무류가 살고 있죠. 구 삼호다리에서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이지만 홍수 시엔 물길을 막는다고 베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곳에선 또 왜가리, 쇠백로 등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섬들의 이름을 ‘버들섬’으로 불렀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태화강 산책로를 따라 태화강대공원으로 향합니다. 내오산을 지나 태화강 전망대 앞에 이릅니다. 정광사 바로 앞 여기도 이름 없는 섬이 있네요. 아내와 함께 발대중으로 거리를 재어봅니다. 길이가 200m, 넓이가 20m쯤 될 것 같습니다. 이 섬의 이름은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지난 8월 30일 수 만 마리의 숭어 떼가 이 섬 근처에서 한 줄로 이동했으니까 ‘숭어섬’으로 하면 어떨까요. 아마 이 섬 주변으로 숭어들이 많이 서식할 것입니다.

그럼 선바위는 하중도로 불러도 될까요? 강 가운데 있는 섬이니 하중도는 하중도죠. 바위섬이긴 하지만요.

10월 5일 울산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너무나 많은 비가 왔습니다. 태화강의 하중도에도, 둔치에도 수마가 할퀴고 갔습니다. 하루빨리 상처가 아물기를 기원합니다.

조상제 울산 태화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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