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방담(放談)(2)
골프 방담(放談)(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0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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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은 잡았다 놓친 고기의 크기를 말할 때, 첫 날은 비교적 정확하게 말한다. ‘한 25㎝ 짜리를 놓쳤어.’ 다음 날,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크기가 30㎝가 되고, 그 다음날은 40㎝가 된다. 점점 커진다. 골퍼는 홀인원을 할 뻔 했다가 놓친 경우, 처음에는 ‘깃대를 건드리고 한 40㎝를 굴렀어.’ 한다. 다음 날은 깃대를 건드리고 30㎝, 그 다음날은 20㎝, 일주일 뒤에는 ‘들어갔다 튕겨 나왔어.’한다.

마우나 오션의 오션코스 1번 홀, 파5에서 벌어졌던 사건이다. 세 사람은 챔피언 티 박스에 있는데 한 사람이 레드 티, 여성용 티 박스에서 공을 앞에 놓고 어드레스를 하고 있었다. 아직 카트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음 팀의 한 사람이, ‘사장님, 거기는 여성용 티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은 못 들은 척 멈칫하다가 다시 빈 스윙을 하고 다시 어드레스를 하였다. 조금 전에 여성용 티라고 외쳤던 사람이 다시 ‘사장님, 사장님, 거기서 치시면 안 되어요!’라고 크게 외쳤다. 그 사람, 어드레스를 풀고 돌아서면서 하는 말, ‘세컨 샷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드라이버가 아니고 3번 우드를 들고 있었다.

경주 코오롱 가든 골프장은 오는 순서대로 조를 짜서 출발한다. 어느 날 50대의 부부와 우리는 처음 만난 두 사람이 같이 출발했다. 부인은 1번 홀에서 거뜬히 연못을 넘겼는데 남편은 어찌된 일인지 퐁당 물에 빠트렸다. 다음 홀에서도 계속 잘 안 맞았다. 아마 다른 데에 신경이 쓰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부인이 우리들한테 자꾸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여간 5번 홀에서 저수지 건너편의 사람들이 멀리 갈 때까지 기다리는데 부인이 먼저 드라이버로 티 샷을 하였다. ‘굿 샷’ 을 불렀다. 그리고 남편은 역시 물수제비를 뜨다가 물에 빠졌다. 그러고서 돌아서서 부인한테 하는 말, ‘니, 살림 않고 골프만 쳤나?’ 우리는 기분 잡치고 공만 팼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오랜만에 코오롱에 다시 갔다. 정말 우연치고 아주 드문 우연으로 그 부부와 나 혼자 같이 치게 되었다. 남편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부인도 기억이 알쏭달쏭 분명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분명히 기억을 하고 있었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모르는 척 하였다. 내가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이 날은 부인이 잘 안 되었다. 예의 5번 홀, 저수지 앞에서 남편은 잘 맞았는데 부인은 두 번이나 물에 빠졌다. 그러니까 남편이 하는 말, ‘니, 연습 않고 뭐했노?’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참견하였다. ‘사장님, 얼마 전에도 저하고 같이 공을 치셨는데 그 때는 살림 않고 공만 쳤느냐고 핀잔을 주셨는데 오늘은 그 반대입니다. 허, 허, 허’ ‘예? 그렀습니까? 아까 전에 물어볼라카다가 그만두었지요. 허, 허, 허’ 우리는 샤워도 하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커피 값은 물론 그 사장님이 내었다.

박세리, 박찬호,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통점 세 가지. 하나, 모두 공주 출신이다. 충남 공주와 왕의 딸로서의 공주. 둘, 모두 다리가 굵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리를 나는 직접 보았다(믿거나 말거나). 셋, 모두 공을 다루면 갖고 논다. 박찬호 야구 공, 박세리 골프 공, 엘리자베스 필립 공. 마우나 오션에 가보면 박세리가 드라이브 샷을 얼마나 멀리 쳤나 알 수 있다. 마우나 코스에 표시해둔 것이 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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