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와 단기근로자
실업자와 단기근로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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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한파 우려와 ‘개룡’이 없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자 3명 중 1명은 힘들게 상아탑(象牙塔)이라 불리는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이다. 그리고 실업자 2명 중 1명은 최소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고학력 실업자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업자(失業者)’란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취업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상아탑’이라는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비평가 생트 뵈브가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비니의 시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후에 상아탑의 사전적 해석이 변하게 되는데, 학자들이 오로지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실 또는 예술지상주의의 사람들이 속세를 떠나 오로지 예술만을 즐기는 지경을 가리키는 말로 변하게 된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대졸 실업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었고, 실업자 중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초로 30%대에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실업자’는 모두 98만5천명으로 이중 32%인 31만5천명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로 집계됐다.

전문대 졸업자를 포함할 경우 3분기 전체 실업자(98만5천명) 중 대졸자(43만8천명)의 비중은 무려 44.5%에 달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졸자는 계속 배출되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아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대졸 실업자 수는 물론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 모두는 전반적인 일자리 수(數)와 질(質)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불황의 그림자로 불리는 초단기 근로자는 5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초단기 근로자’는 하루 2∼3시간 일하거나 일주일 근무시간이 17시간을 밑돌거나 일주일에 3∼4일만 근무하는 형태다. 이는 통상적으로 인턴과 함께 비정규직의 최하위 개념이다.

초단기 근로자가 많을수록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단기 근로자들은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한 측면도 있지만 경기 침체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우려할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비자발적으로 초단기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된 경우도 상당수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업체 운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큰 정규직 대신 필요한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실제로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초단기 근로자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었다.

문제는 초단기 취업자의 근로 조건이 나쁘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상당수의 초단기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지위에 놓여있음을 시사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최근 단기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경기 요인에 기인(起因)한다. 경기 부양, 투자 확대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등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신영조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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