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쟁터의 ‘하얀 헬멧’
시리아 전쟁터의 ‘하얀 헬멧’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6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노벨평화상은 52년간의 내전을 평화협정으로 이끈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정작 지구촌의 이목은 노벨평화상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하얀 헬멧(White Helmet)’으로 더 쏠렸다.

15일 밤 KBS1의 ‘특파원 보고’는 ‘하얀 헬멧에 대한 심층접근을 시도했다. 특파원 보고에 따르면 ‘하얀 헬멧’은 2013년에 창설된 시리아의 자율민방위조직(민간구조대)이다. 우리로 치면 ‘119구조대’ 비슷한 조직이다. 대원 25명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천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위험천만한 구조 활동도 마다않고 해낸다.

5년 넘게 계속된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이들이 목숨 걸고 구조한 민간인의 수는 무려 6만명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145명이 넘는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실제로 하얀색 헬멧을 덮어쓰고 시리아 정부군 공격으로 파괴된 포격현장으로 달려가 긴급구조대 역할을 용감하게 해낸다.

연합뉴스는 8월 20일자 기사에서 ‘하얀 헬멧’ 대원들이 수시로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목표가 된다고 보도했다. 1차 공격 후 대원들이 몰려들면 그때를 노려 2차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하얀 헬멧’ 대원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2차 공격이다. 15일 밤 ‘특파원 보고’(KBS1) 보고에서는 폭격 피해 현장으로 달려온 대원들이 2차 공격을 우려해 일제히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하얀 헬멧’의 중심무대는 반정부군 최대의 보루인 알레포 지역이다. 내세운 모토는 ‘Save all Humanity!’.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 따위는 상관없이 ‘모든 생명을 구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일단 사상자가 생기면 반정부군, IS(이슬람국가)군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정부군까지도 보살핀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룹이 있다. 바로 아사드 대통령과 그를 호위하는 시리아 정부, 그리고 러시아다.

시리아 정부는 눈엣가시 같은 ‘하얀 헬멧’을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는 ‘첩자’라고 맹렬히 비난한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사실이 ‘하얀 헬멧’의 구조 활동으로 전 세계에 부각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의도적 흠집 내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하얀 헬멧’의 그런 활약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8월 17일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초점 잃은 눈빛으로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를 울린 알레포의 어린이 ‘옴란 다크니시’를 구해내고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다시 한 번 지구촌에 알린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전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하얀 헬멧’ 즉 ‘시리아 민방위대(SCD=Syria Civil Defense)’는 2013년부터 네덜란드의 공인 재단인 ‘메이데이 레스큐(Mayday Rescue)’의 지원을 받고 있다. 터키의 비정부 단체들(AKUT와 ARK)한테는 훈련과 교육 지원을 받아왔다.

시리아 내전의 배후에는 ‘세계경찰’ 완장을 차고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과 러시아가 있다. 기독교 국가들이 이슬람 국가의 국민들을 편 가르기 식으로 지원하는 웃지 못 할 장면이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패권다툼을 하는 사이 시리아의 무고한 국민들은 지금도 들것에 실려 나가고, 시리아 난민 사태는 좀처럼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죽했으면 지난 12일 “민간인들이 피신할 시간만이라도 보장할 수 있게 즉각 전쟁을 멈춰 달라”며 ‘시리아 휴전’을 호소했을까. 그런데도 ‘세계평화’를 구실로 출범한 세계기구 UN의 수뇌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뒷짐만 진 채 아무 말이 없다.

노벨평화상은 놓쳤지만 ‘하얀 헬멧’은 그래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조직의 라에드 살레흐 대장은 지난 7일 노벨평화상이 발표될 직후 “우리에겐 인명구조가 가장 중요한 상”이라는 말을 남겼다.

<김정주 논설실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