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복구, 이제부터 시작이다
태풍 피해 복구, 이제부터 시작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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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를 뚫고 화봉동으로 향했다. 하늘은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옮겨 보려고 함께 나선 직원들과 차를 밀어 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태풍 ‘차바’는 반나절 만에 우리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태풍 예보에 며칠 전부터 옹벽과 축대 등 재해취약지역 점검에 나섰다. 전날에는 동천 둔치 주차장 등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의 차량을 이동시키고, 바닷가 선박들도 육지로 끌어올려 태풍에 대비했다. 하지만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 앞에서는 그런 대비책도 역부족이었다.

지난 5일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가 들이닥쳤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북구 매곡동에만 375mm의 물폭탄을 뿌렸다. 오전 내내 그토록 원망했던 하늘은 오후 들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간 얼굴을 내밀었다. 하늘을 원망할 시간은 없었다. 부서별로 해야 할 일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명 피해는 없는지 살폈다. 직원들을 응급복구와 조사 팀으로 나누고 현장에 투입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금세 사방은 어두워졌다.

지난 9월 발생한 지진의 악몽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태풍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지진 피해 지역에 2차 피해는 나지 않았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학교는 괜찮은지,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농촌지역은 어떤지, 수확기 농경지와 육지로 인양한 배들은 무사한지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지역 곳곳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졌다.

수마가 할퀴고 간 이튿날부터 본격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주택 침수, 산사태, 농경지 피해 등 성격이 다른 태풍 피해를 부서별로 접수하려면 주민들이 불편할 것이 뻔했다. 동장에게 재량권을 주고,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도록 했다. 축제 등 행사를 취소하고 그 예산을 복구비에 쓰기로 급히 결정했다. 복구 작업에 속도가 났고, 우리 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다.

전 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복구 현장에서 며칠을 보냈고,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침수된 집 앞에서 넋을 놓고 있던 주민, 진입로가 유실돼 막막했던 태연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행정의 수장으로 책임감과 함께 미안함도 밀려왔다.

자연의 힘은 놀랍도록 강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과 힘은 응급복구에 큰 도움이 됐다. 지면을 빌려 다시금 복구 작업에 동참해 주신 전국 각지의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 오랜 공무원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빛나는 지휘력을 발휘해 준 간부 직원들과 현장에서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여 준 젊은 직원들에게도 글로나마 감사를 표시한다.

복구를 시작한 지 열흘, 응급복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급격한 도시팽창과 개발에 따른 우수시설의 문제, 방재당국의 허술한 대처 등의 지적이 연일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런 여론의 지적을 포함한 항구적 복구 계획을 세울 때다.

최근 우리는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또는 ’최대의’라는 말을 많이 접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이례적인’ 태풍·물폭탄·기온은 없음을 의미한다.

연이은 지진과 태풍을 경험하며 더 이상 우리나라가, 또 울산이 자연재해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이를 계기로 장기적 도시계획과 기반시설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다시금 알게 됐다.

내년은 울산광역시 승격 20년, 북구 출범 20년을 맞는 해다. 지금까지 무분별한 개발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다시 돌아볼 때다. 도시의 장기 발전계획을 다시 생각해 보고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파괴된 시설물 정비작업도 중요하지만 재해의 원인을 파악해 해소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 장기적인 관점의 방재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도 재해에 대한 위험성을 평소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질 것을 부탁드린다.

태풍의 상처는 점차 아물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모든 주민이 예전의 미소를 되찾을 때까지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를 비롯한 전 공무원들도 피해 복구와 지원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 태풍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연재해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안전한 북구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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