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또 다른 의미
10월 24일, 또 다른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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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은 유엔의 날 또는 국제연합일(國際聯合日, United Nations Day)이다. 유엔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평화를 유지하고 각 나라 사이의 우호를 다지며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인도적 문제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다.

“하고 싶은 말들이 쌓였는데도/ 한 마디 말 못하고 돌아서는 당신을/ 이제 와서 붙잡아도 아무 소용없는데”(이하 생략). 인용한 노래 가사는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 중 일부다. 노랫말은 연인과 이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산자와 망자의 봉송으로 느껴질 수 있다.

1967년 아버지는 계부(季父)와 어떤 이야기 끝에 ‘세상살이가 뜬구름 같다’는 말을 인용했다. 필자는 중학교 2년생으로 곁에 가만히 앉아 관심 있게 듣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 작은아버지를 배웅하고 난 뒤 한자 원문을 적어 달라고 졸랐다. 순간 아버지는 “뭐 할라꼬”라며 물으셨다. “알고 싶어서요”라고 하니 벽에 걸어둔 달력을 내려 뒤쪽을 땅바닥에 깔고 다 쓰시고는 “자 봐라” 하면서 나에게로 밀어 주셨다. 막상 받고 보니 도대체 알 수 없는 글씨였다(자랑하는 듯 보였다). “알기 쉽게 바르게 써주셔야죠”라고 했더니 “이것도 못 읽나, 공부 헛거 했네” 하신다. 난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아버지가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써 주시면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확실하게 읽어 주신 문장이 ‘공수래공수거 인간사여부운 평토제인산후 산적적월황혼(空手來空手去 人間事如浮雲 平土祭人散後 山寂寂月黃昏)’이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간세상 일이 마치 뜬구름 같구나. 평토제를 지낸 후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니 산은 적적하고 달은 황혼에 걸렸더라’라고 해석해 주셨다. 대충 알아들을 것 같았다. ‘평토제’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 후 문구의 출처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끔 웰빙과 웰다잉 강의 요청이 오면 판서(板書)를 하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활용했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야보고서 4:14). “우리 같은 초로인생 한 번 아차 죽어지면 육진장포 일곱 매로 상하로 칭칭 동여매어 소방산 대를 위에 덩그렇게 놓였다가 북망산천 찾아가서 사토로다 집을 짓고 송죽으로 울을 삼고 두견접동 벗이 되어 산은 적적 밤은 깊은데 처량한 게 넋이로구나.”(서도민요-초로인생) 인용한 내용도 세상살이를 ‘뜬구름’, ‘안개’, ‘풀잎에 맺힌 이슬’ 등으로 표현해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제후 맹상군을 슬프게 만든 어느 장님 앵금 연주자가 부른 노래 가사의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에 맹상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권세도 높고 재물도 많은 맹상군은 어느 해 생일날, 호화판 생일잔치를 벌였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음식, 아름다운 풍악소리, 손님들이 가지고 온 많은 선물,,, 맹상군은 즐거워하며 술잔을 들고 이런 말을 했다. “좋다. 정말 좋구나. 이렇게 좋은 날, 나를 슬프게 만들 수 있을까? 나를 슬프게 할 사람이 있다면 후한 상을 내리리라.” 그때 눈먼 장님이 앵금을 들고 맹상군 앞으로 가서 “비록 재주는 없으나 제가 대감의 눈에서 눈물이 나도록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맹상군이 “좋다. 한번 해 보아라. 재주껏 나를 슬프게 만들어 보아라.”라며 연주를 재촉했다.

장님은 앵금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상의 소리처럼 아름답게 연주하다가 조금 후에는 지옥의 고통 섞인 소리를 만들고 연이어 애간장을 녹이는 듯 창자를 끊는 듯 연주를 계속했다. 모두가 앵금의 소리에 넋을 잃을 즈음 장님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 “공수래공수거 세상사여부운 성분묘인산후 산적적월황혼(空手來空手去 世上事如浮雲 成墳墓人散後 山寂寂月黃昏)”. 아버지가 50년 전에 써 주신 문장의 ‘평토제(平土祭)’와 장님이 읊은 ‘성분묘(成墳墓)’만 다를 뿐 전체 한자는 같다.

대중가요 가수 김동아는 장님이 부른 노래를 풀어서 노래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나니 세상의 모든 일 뜬구름과 같구나. 분묘를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면 적적한 산 속에 달은 황혼이어라.”(황혼이어라/김동아) 아버지와 김동아는 자주 만났다.

2015년 10월 24일은 유엔의 날이다. 같은 날 학(鶴)이 찾아와 아버지를 등에 태우고는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날아갔다(駕鶴西去). 또 다른 의미로 느껴진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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