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보다 청색성장이 먼저다
녹색성장 보다 청색성장이 먼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0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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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숨을 죽인 채 긴장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국증시와 달러화의 등락은 9·11테러가 터진 날 보다 더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다. 세계로 퍼져나가는 충격파는 유럽,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마치 쓰나미가 덮치듯 휩쓸 기세다. 다행인지 불행의 전조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나마 미리 대책을 마련하여 그 충격이 생각보다는 덜하다는 대통령과 경제팀의 자찬성 공치사를 진심으로 믿고 싶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중국 발 ‘멜라민 충격’이 불안을 더한다. 유아분유에 치명적인 유해물질 멜라민 성분이 섞여 있다는 초기의 소식은 ‘그러려니, 중국 것이 늘 그렇지’ 하는 야유 섞인 걱정을 치명적 우려로 바꿔 버린다. 도대체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러하고도 올림픽을 개최한 최소한의 문명국이란 말인가? 그것이 중국만의 문제인가. 미국, 뉴질랜드 제품으로 확산되는 멜라민 파동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며,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그 잘난 미국은 금융위기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먹거리 유해성분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서 코는 뭐 그리 높은지. 이제껏 우리 식품당국은 어디에서 무슨 잠을 자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로 오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더 뒤에 오는 어느 날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것은 역사로서 증명되고 있다. 거창하게는 신자유주의라는 깃발을 휘날리며 세계를 마치 풀 먹은 개처럼 다그치며 세계금융시스템을 미제(美製)로 교체하려 할 때 상당부분은 결과가 예상 되었고 경고 또한 있었다. 머지않을 미래에 가공 만능 사고방식으로 입만 즐거운 먹을거리, 입을 속이는 이것저것 섞어서 값만 올리는 먹을거리 장사는 큰 벌로 갚아야 하리라고 수 없는 경고를 하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는 산업화의 성장통을 호되게 앓고 있다. 이쯤에서 필자는 새로운 성장화두로 이명박 정부가 던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의미를 신중하게 다시 되짚어보고 싶다.

오늘 우리사회가 구가하는 성장의 원동력은 역설적으로 이미 녹색성장이란 저력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성장의 시작이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싹이 텄고, 그 바탕에는 그린벨트로 상징되는 녹색기반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산림녹화가 그랬고, 하천정비, 수자원개발이 그것이며, 통일벼 종자개량으로 시작 된 녹색혁명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주변의 토지를 그린벨트로 묶음으로써 그나마 무한정한 도시 팽창을 눌렀고, 결과적으로는 개발효과가 주변이나 지역으로 확산되는 간접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눌러왔는데도 지금처럼 커져버린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어디 숨이나 쉬고 살 수 있을지. 어쩌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은 국토의 허파를 줄이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저탄소 녹색성장의 간절한 필요와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은 그린벨트를 풀고 강물줄기를 바꾸어 집 짓고 공장 짓고, 길을 열어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깜찍한 깜짝 놀랄 발상이 발칙하고 끔찍한 정책이 될까 걱정되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있는 형편에 국가가 택지를 공급하여 집장사를 활성화 하겠다는 발상, 가로 18㎠, 세로 18㎠ 한 뼘 면적이 400만원을 넘어서는 주택을 가진 이들의 세금을 먼저 걱정하는 생각들을 좀 더 천천히,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녹색저탄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언제나 살아 있는 것의 징표인 녹색은 악이 아닌 선이다. 그러나 녹색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푸른 정신, 깨끗한 마음, 청백리의 청사에 빛나는 공인정신이다. 문득 일간신문을 뒤지다보니 각종 비리, 뇌물성 범죄와 금품수수 관련 기사가 하루 평균 예닐곱 건이다. 이런 시커멓게 상한 바탕에 어찌 건강한 성장을 바랄 수 있을까. 녹색성장 보다는 청색성장이 먼저이다. / 박기대 경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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