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글날
[ 사설] 한글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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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겹도록 고마운 날이다. 지구의 어느 나라에 자기들 글자가 제일(‘한’의 뜻은 ‘크다’와 ‘제일(하나)’이 같이 들어있는 말)이라고 그 글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가? 자기도취적으로 우리 글자이니까 제일이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빼어남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의 자랑거리이다. 무식한 정치꾼들이 한글의 자랑스러움을 모르고 국경일만 인정하고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신화 속의 개천절보다 실증적인 한글 창제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반포된 날이 더 자존심을 살리는 날이다. 나아가 민족적 긍지(여기서는 ‘국민’보다는 ‘민족’이 맞다)를 살려주는 날이다.

영어의 알파벳은 수 천 년을 거치면서 다듬어져 내려오는 글자이다. 그러면서도 멀쩡한 두 눈으로 글을 읽을 수 없는 아이들이 생길만큼 문제가 있는 문자이다. b, d, p 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 하는 파란 눈의 아이들이 많다. 우리는 선천적인 문제가 없는 한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면 ‘아’와 ‘어’의 혼동이 사라진다. 그래서 ‘어버지’ ‘아머니’ 등의 소리혼동이 없어진다. 영어가 소리글자라고 하지만 ‘knife’를 ‘크나이프’로 발음하던 것을 근대에 들어와 ‘나이프’로 발음하며 k를 묵음이라고 한다.(이것 외에도 상당히 많다.) 우리말에도 받침에서 묵음이 되는 것이 있으나 영어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외국인 성인에게 한글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글의 글자모양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가르쳐주는 좋은 예가 있다. 우리의 옛날 창문이나 방문의 창살에서 네모의 부분들을 분해하면 자음의 대부분이 만들어진다. ‘ㄱ’은 네모의 반쪽을 분해한 것이고 ‘ㄴ’은 아래쪽을 분해한 것이다. ‘ㅇ’은 문고리에서 왔다고 하면 된다. 대개 1시간이면 한글의 소리대로 읽어간다. 이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가?

인도네시아는 자기들 말이 있어도 문자가 없어서 영어의 알파벳을 빌려다 쓴다. 한 때 우리도 초기의 텔렉스를 사용할 때, 우리말을 갈바쓰기로 하여 알파벳을 빌려다 썼다. 얼마나 불편하고 자존심 상하던 일이었던가. 유태인이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아도 민족정체성이 고집스럽게 유지되는 것은 그들의 말과 문자로 역사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구약성경이 그들의 역사 교과서이다. 우리는 이두문자가 있었어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한자로 씌어져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더구나 아직도 우리말의 약 75%가 한자어(漢字語)이다. 한자어를 우리말에서 없애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린다.

오늘 한글날에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자와 한글을 혼용하더라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뜻의 정확도가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글로만 되어 있어서 불필요한 의미의 혼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현학적(衒學的) 냄새가 풍기는 한자의 과용은 지양(止揚)해야 한다. 바로 여기 지양과 지향(指向)이 한글로만 되어있으면 시각적 혼동을 일으킨다. 교육에서 ‘교육과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敎育課程이고 다른 하나는 敎育過程이다. 상당히 다른 영역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한글날에 오히려 한자어를 똑바로 간추려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그래야 우리의 문화가 발전한다. 외솔 최현배 선생님도 성함은 한자어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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