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걷고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中>
우리는 걷고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0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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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렇게 달리고 또 달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양잇과와 개과 동물들은 자기 능력을 믿고 땀샘이 발달하도록 신체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해 오래 달리지 못하고 이내 지친다. 타고난 능력자 중 최고속도를 자랑하는 고양잇과의 치타도 오래 달리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더 달리면 급격한 체온상승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개 발에 땀 난다’는 역설이 있지만 개과 동물들은 땀샘 발달이 잘 되지 않아 여름에는 혀를 길게 내밀고 지쳐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러니 이들은 협동해서 사냥한다. ‘항온’ 동물에서 치솟는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면 끝장이다. 자동차 라디에이터가 멈추면 엔진이 타들어 가서 꼼짝 못하는 현상과 같다.

원숭이과 동물들은 나무에서 내려온 후 무수한 희생을 치르면서 달리고 또 달렸을 것이다. 이러한 생존 노력의 결과 털이 퇴화하고 급기야는 땀샘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등과 이마, 목 뒤를 중심으로 달릴 때 앞뒤에서 바람에 의해 냉각이 잘 되는 부위에 땀샘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몸과 뇌의 온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와 같은 공랭식 인간엔진이 완성된 것이다. 달리는 도중 일어나는 갈증은 물로 보충해서 수랭식 엔진의 역할을 하게 만들어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인간은 지구 위의 대형 포유류 항온동물 중 가장 뛰어난 체온조절 능력이 완성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이런 기능을 십분 활용해 이제는 스포츠로 승화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는 마라톤(42.195km) 심지어는 울트라(100km), 슈퍼울트라(200km) 마라톤까지도 할 수 있다. 그러면 털의 퇴화가 되지 않는 부위에 대해 고찰해 보자. 머리털과 눈썹은 태생부터, 겨드랑이와 생식기의 털은 성적 성숙 후에 무성해진다.

머리털은 직립으로 달리는 중에도 뇌를 태양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또한, 달리는 도중에 뇌의 열을 식히기 위해 이마 부분에 땀샘이 발달했다. 신체 부위 중 가장 높고 정면인 이마의 땀샘은 달리는 도중 머리의 냉각 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달릴 때는 정면과 방향을 보고 달리기 때문에 계속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눈으로 땀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이 눈썹과 이중 장치의 속눈썹이다.

부모의 보호 시기인 어린이는 아무리 잘 달려도 속도나 힘에서 맹수를 이길 수 없다. 그러기에 겨드랑이와 생식기의 털은 성적 성숙 이후에 나타난다. 겨드랑이 털은 오래 달리다 보면 팔의 왕복운동에 따라 몸체와 마찰을 완충시키게 된다. 이도 모자라 마라톤에서는 바셀린과 같은 유성 성분의 윤활제를 바르기도 한다. 털이 있는 부위는 끝없이 지방 성분이 나와 털을 보호하는 것도 이러한 원리다.

생식기 부위의 털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꼬리가 퇴화하자 성기 보호와 면대 면(面對 面) 성생활로 정상체위가 일반화되면서 완충 기능이 필요하다 보니 발현되었다.

이러한 체온조절 기능을 산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활용한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1대간 9정맥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국공 산행, 울산의 영남알프스 100km 태극종주 등 수많은 산을 밤잠까지 설쳐가며 수십 시간 계속 걷는 것이다. 이것도 결국은 땀을 식혀 일정한 체온을 계속 유지하고 옷으로 체온을 보호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지구 위의 어떤 동물도 이처럼 계속 뛰고 달리고 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지난 8월 브라질 리우에서 제31회 올림픽이 열렸다.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종목인 마라톤이 그 대미를 장식한다. 일제강점기에 손기정 선수가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주기도 했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날리기도 했던 바로 그 종목이다. 동해안 7호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황영조 마을을 볼 수 있다. 아! 여기가 영웅이 탄생한 그곳이구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고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된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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