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파업과 성과연봉제
기득권 파업과 성과연봉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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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我田引水)격 연쇄파업으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지진과 여진, 북핵의 충격과 사드 배치 논란, 정국 경색에 이은 연쇄파업까지 겹쳐 악재란 악재는 모조리 다 튀어나오고 있는 셈이다. ‘파업(罷業)’이란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단결하여 노동을 하지 않거나 하던 일을 중지함을 말한다.

지난 23일 금융공기업과 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시작된 파업은 26일 현대자동차로 이어졌다. 27일에는 철도와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였고, 28일에는 릴레이를 하듯 사립대와 공공병원이 속해 있는 보건의료 노조가 나섰다. 29일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약 3만6천명이 집회를 벌였다. 마치 새누리당이 국감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하고 있는 모양새를 닮아가는 형국이지만 고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피할 수가 없어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대 총파업 집회를 개최한 명분은 정부가 공공부문에 도입한 ‘성과연봉제’ 반대다. 양대 노총이 동시에 총파업 집회를 개최한 것은 19년 만이다. 이들은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를 고집하면 공공성이 파괴되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날 행사는 기득권을 주장하는 ‘정치파업’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아베정권과 박근혜정권은 똑같다. 총파업으로 대응해 꼭 승리하자”는 정치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아쉽게도 과거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한 모습이다.

근래 이처럼 산별 파업이 우후죽순처럼 벌어진 경우는 없다. 현대차 전면파업은 지난 2004년 이후 12년 만이고 철도와 지하철 노조의 공동파업은 자그마치 22년 만이다. 2004년 민주노총을 탈퇴했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민노총 재가입 움직임은 산별노조로 단결해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사측과의 임금협상 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평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대표적 고임금 회사의 노조가 합의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면 대표자를 내세운 협상을 왜 하는지 모를 일이다. 공공 금융노조를 비롯해 철도노조 파업도 마찬가지다. 근무여건 개선 요구도 아니고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생계형 주장도 아니다. 단지 성과연봉제 반대 목적으로 뭉쳤을 뿐이다. 노동계는 쉬운 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반대하지만 실은 지금의 고연봉 체계를 지키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곳에서 가장 앞장서 반대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한 데 이어 올 들어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성과연봉제(成果年俸制)’란 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더 받고, 일 못하는 사람은 덜 받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능력이나 업무성과에 관계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선진국들처럼 바꾸자는 것이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무능과 부패는 철저히 타파하고 개선됨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노사 양 당사자가 상호 존중과 신뢰의 원칙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대안을 찾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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