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에도 한결같은 안보불감증
北 핵실험에도 한결같은 안보불감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0.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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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늦둥이 아들이 입대한 지 90일이 지났다. 맹호부대에서 신병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자대배치 후 받은 대대장의 사려 깊은 편지 한 통은 부모 된 입장에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 첫 면회도 다녀왔건만 아들이 자꾸 보고 싶다. 이제 곧 첫 휴가도 나오게 될 테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장병들 모두 ‘시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21개월이라는 시간은 본인 인생에서 잠깐 멈춘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을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대학교수직을 중단하고 현역으로 입대하여 군 생활을 하고 있는 한 병사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명예, 권력, 돈, 시간, 기회 등 얻고 싶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내려놓았다”는 그 육군 일병의 나이는 31세다. 군에 가기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 철학교수이며 미국 영주권이 있어 군에 입대할 필요도 없다. 왜 그 청년은 한국행, 그것도 군 입대를 자원했을까. 그의 자원입대는 그동안 걸어온 길과 궤를 같이 한다. 박 일병은 여덟 살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건너가 11년간 지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힘든 시간이었지만 시련을 이겨냈고, 어려운 형편에 열심히 공부해 28세에 미국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됐다. 미국에서 촉망받는 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그가 군 입대를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 청년에게 군복무가 소중한 경험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학교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군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험이 전역 후 미국 대학교수로 돌아갔을 때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그 청년은 생각했다. 특히 군대에 가 있는 기간을 ‘시간낭비’라고 여기지 말고 축구나 농구 게임에 있는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군 입대 전까지 전반전을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획을 짤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쉼표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 발짝 물러서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 일병의 소식을 접하면서 아직도 심심치 않게 터지는 고위층의 병역의무 기피로 얼룩진 우리네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이제라도 우리의 미래요 희망인 청소년들의 애국심을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군에서도 너무 군기가 해이해질 정도로 장병들을 대하는 것보다는 전역 후 나라의 주인공이 될 장병들의 정신 무장과 애국심 고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연평해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밀정과 같은 영화를 국뽕(과도한 애국주의)이라고 폄하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애국하자는 것이 나쁜가? 그걸 얼마나 촌스럽게 강요했느냐가 나쁜 거지” 국뽕 논란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또 큰일을 저질렀다.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전 세계가 한결같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도 정작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일기예보처럼 매일 듣다보니 국민들이 안보불감증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보면서 안보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핵보다 더 위험한 안보불감증, 지금은 엄청난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아주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6·25전쟁에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가 대한민국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는 큰 하자가 없으면 누구든 군대에 간다.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을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수고한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모두들 군 복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길 명령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 고도화센터장/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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