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의 분석
‘끼’의 분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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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비어(卑語)로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부르며, 연예인이 되려면 ‘딴따라 끼’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딴따라 끼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는 가치관이 으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는, 길을 걸어 갈 때 사람들이 다시 쳐다보아주는 그 기분이면 밥을 굶어도 좋고, 잠을 못 자도 좋은 것이다. 그저 남들이 나를 ‘OOO야’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다음의 끼는 본인의 능력이다. 세련된 말로는 ‘연기력’이다. 이 연기력은 고난의 길을 걸으면서도 부단한 연습과 스타가 되려는 목적 달성을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타고난 능력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외국의 연예인들 중에는 타고난 외모와 한 두 번의 관찰만으로 연기력을 발휘하여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알랭 드롱이 영화촬영을 구경하다가 배우로 선택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몇몇이 있다. 타고 난 끼 덕분이다.

가수의 끼는 좀 다르지만 무한한 노력으로 가수가 된 조OO도 소리공부까지 하면서 가수가 되었다. 용모와는 관계없이 목소리만의 타고 난 끼로 스타가수가 된 김상국의 불나비는 좋은 예가 된다. 목소리도 독특하고 진정 딴따라의 끼가 있어야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네가 가수가 될 성 싶으냐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였다. 이것 역시 가치관이 있어야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수양이 되어있었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였다.

최진실의 끼를 분석한다. 그녀의 끼는 타고난 것이 너무 많았다. 얼굴 모습이 전형적 한국 여인의 모습으로 이미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여기에 가난했던 과거가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억척으로 지지 않겠다는 또 하나의 끼를 자리 잡게 하였다. 이제 스타가 되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끼로 변하였다. 또 너무 강했다. 남과 비교해서는 불행만 쌓게 되는, 평범한 우리의 삶으로 비추어 보면 딴따라의 끼는 처음부터 불행을 안고 있는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횟수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편수까지 모든 것이 남과 경쟁에서 이루어진다. 결혼까지도 여러 면에서 다른 연예인들과의 이런저런 경쟁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눈물을 쏟아내야 하는 장면의 연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TV 방송국 스튜디오, 예닐곱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출자의 ‘스탠바이(stand by), 고(go)’의 지시에 금방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슬퍼해야 하는 감정 잡기가 최진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연기력에서 타고 난 끼가 있었다. 이것이 오랜 연기 생활의 대사에서, 연기에서 학습되어 길러진 또 하나의 끼가 되어버렸다.

연예인에게만 있는 허탈감, 밤낮으로 3개월 연습을 거쳐 2일 간 연극 공연을 마친 뒤에 오는 허탈감이다. 이 감정은 장기간의 TV연속드라마를 마친 뒤에도 똑같이 온다. 스타일 수록 그 허탈감은 크다. 최진실도 이런 허탈감에 개인적인 외로움이 겹쳐 더 큰 심리적 우울증으로 상승하였다. 더구나 그녀는 스스로 이런 감정 잡기를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끼가 학습되어있었다. 이것을 조종할 수 있는 정신적 훈련을 받았어야 했다. 제2의 최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훈련을 받는 것이 필수이다. 끼를 이기는 훈련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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