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학교의 기대는 ‘따뜻한 교육지원청’
일선학교의 기대는 ‘따뜻한 교육지원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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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급하게 내려오는 공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미 올려 보낸 최근의 보고 사항과 유사한 보고용 공문들을 제일 싫어한다. 때로는 5년 전의 사안까지 보고해 달라는 공문이 내려올 때도 있다(이런 공문의 대부분은 국정조사 기간 중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일 때가 많다). 학교별 교직원들의 근무연한이 최대 4년인 것을 감안하면 ‘5년 전 사안’이 교직원 대부분에게는 ‘금시초문’일 때가 많다. 그나마 공문 보고와 관련된 행정전산망이 있어 과거와는 달리 수월해지긴 했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문 보고와 관련된 행정절차들이 괴롭고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알콩달콩 지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개구쟁이나 말썽꾸러기들이 일으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이 궁리 저 궁리 다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공문 보고 시한을 놓칠 때도 있다. 보고가 늦어지면 상급기관에서는 담당교사에게 직접 전화하는 일도 있지만 공문 보고가 늦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교감선생님에게 보낼 때도 있다. 문자메시지가 교감선생님한테 가게 되는 날이면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격’으로 후다닥 정신없이 공문처리 하기에 바쁘다. 5~6년 전 사안을 보고할 일이 있다거나 공문서 보고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독촉이라도 받는 날이면 담당교사는 학교에 나오는 것이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인지, 공문서를 처리하기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여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의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의 학교생활 가운데 ‘대청소’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상급기관에서 높은 손님이라도 오시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걸레를 들고 교실바닥과 복도를 양초로 반들반들 윤이 나게 문지르거나 왁스를 발라 반짝반짝 ‘광’을 내던 추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로는 수업까지 빼먹어 가며 청소하던 추억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 높은 손님이 바로 상급기관의 ‘장학사’와 ‘장학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일선학교 발령을 받고 담임을 맡은 이후의 일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시골학교 초임발령 시절로도 이어진다. 장학지도를 앞둔 학교는 최소한 1~2주 전부터 시골장터처럼 시끌벅적했다.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은 그때마다 교실 청소를 확인한다면서 창틀의 먼지까지 검사했고, 관련 장부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지 계속해서 재촉하곤 했다. 학교현장의 교수학습과 학생생활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장학지도’의 뜻은 막상 교문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니 교육청 출입문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권위의식에 물들어서인지 학교를 짓누르는 돌덩어리쯤으로 여겼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은 장학업무 담당 장학사들의 모습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교실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활동하던 교사들이 장학 현장으로 나가면서부터는 변화된 모습들을 더욱 실감나게 눈여겨볼 수 있다. 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는 각종 연수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다양한 영역의 주제를 고르고 이름보다 실력 있는 강사를 초빙해 현장의 교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점차 보편화되어 가는 것이다. 또, 해당 업무 영역에서도 현장의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실적 중심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까지 받게 되어 감동을 받기도 한다. 생활지도를 맡은 교사 입장에서 시교육청의 노복필 장학사나 강북교육지원청의 김재윤 장학사 같은 분들은 정말 ‘올바른 장학지도’의 본을 보여주는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일선학교에서는 아직도 ‘따뜻한 교육지원청’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김용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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