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형 ‘샐러던트족’
생존형 ‘샐러던트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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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시간 전후 시간대를 활용해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샐러던트족’이 늘고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뒤에도 자기계발을 위해 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취미활동 등 자기만족보다는 남에게 뒤처질까봐 불안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거나 처우가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고 주경야독하는 ‘생존형 샐러던트’들이다.

‘생존(生存)’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있음 또는 살아남음을 말하며, ‘생존경쟁(生存競爭)’이란 생물이 생장과 생식 등에서 보다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서 하는 다툼을 의미한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별칭을 받으며 취업한 직장인들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종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다. 승진 등 인사에서 남들보다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기 위함이다.

‘자기계발 강박증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9명이 ‘항상 또는 가끔 그렇다’고 답한 조사에서 보듯 취업난을 뚫은 후에도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무 능력을 키우려 발버둥치는 ‘생존형 샐러던트’가 늘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마땅치 않아 희망사항에 그치고 마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샐러던트(Saladent)’는 영어로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공부하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신조어(新造語)이다.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현재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용어의 개념은 지속적인 자기계발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평생교육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교육은 지속적인 자기학습의 성격이 짙은 데 비해 샐러던트는 직장인들의 고용불안에 따른 자기계발의 성격이 짙다는 차이점이 있다. 곧, 샐러던트로서 직장인의 자기계발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이면에는 이른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한국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직장인들은 고용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30대에 명예퇴직을 강요당하는 것을 풍자하는 이른바 ‘38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현실 속에서 샐러던트는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장인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기도 하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 정도가 ‘항상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답변을 해 상당수 직장인이 자기계발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로 ‘일을 하며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60.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연봉이 높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44.3%)였다.

관심 있는 자기계발 분야는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40.4%)이 1위로 꼽혔고 영어실력 향상(34.6%), 컴퓨터 활용 능력 키우기(27.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기계발에 드는 비용은 월 평균 18만5천원이다.

평생직장 시대는 사라져가고 평생직업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단언컨대 10년 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직장인들은 또 다른 공부를 해야만 한다. 이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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