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군사적 불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무너진 군사적 불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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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를 통한 남북통일’이라는 그동안의 대북정책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제4차 핵실험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또다시 제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병신년 한 해 동안 한민족의 대명절인 설날과 한가위를 앞두고 민족 간 화해는커녕 ‘핵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선물을 우리의 차례 상 앞에 던져놓았던 셈이다. 북한의 핵폭탄은 차수를 거듭할수록 그 강도가 높아져가고 있다. 이번 5차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의 강도는 5.0으로 TNT 폭탄 10kt이 한꺼번에 폭발한 수준이다. 이는 제4차 핵실험 당시의 폭발력(인공지진 강도 4.8, 4~6kt)의 2배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TNT 10㏏급 원자폭탄이 서울 도심에 떨어질 경우 최대 23만5천명이 사망할 것이며, 부상자까지 합한 사상자 수는 28만8천∼41만3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남한에 핵폭탄이 투하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이상 매년 10%씩 감소해, 약 1조5천억 달러(1천650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랜드연구소는 전망했다. 더구나 이번에 실험한 핵이 수소폭탄이라면 그 위력은 원자폭탄보다 100배는 넘을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의 위력은 TNT 13㏏급으로 히로시마의 건물 중 69%가 파괴되었고 인명 소실은 사망자 16만6천명에 피폭 후 5년 동안 암과 같은 장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20만여명에 달했다.

북한이 이처럼 무시무시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경제적 지원이나 미국과의 수교를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해서 한미동맹을 폐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킴으로써 한반도 적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북한의 치밀한 군사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핵무기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미 170mm 장사정포(사정거리 53km), FROG-5/7 지대지 로켓(사정거리 55∼70km), SCUD-B/C형 미사일(사정거리 300∼500km), 노동, 대포동 미사일(사정거리 1천300km 이상)과 각종 폭격기 등을 이용해 남한 전역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 또는 핵무기를 소형화했느냐 하는 것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에 관한 문제이지, 대남 핵공격 차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이미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전쟁 준비를 끝냈다고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핵공격에 대한 핵 방어용일뿐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 것인가? 북한은 2012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으며, 2013년 3월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핵무장 인민군이 믿음직한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북정책이나 군사전략은 북한이 어떠한 경우에도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져 왔다. 과연 이 전제가 맞는 것일까?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해 결정하는 7인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고 하나, 최종 결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의 권한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침략자들이 북한을 공격하려 한다면 “정의를 위한 무관용의 신성전쟁”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무한히 낮다. 그동안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가 감행한 무자비한 숙청 과정을 생각해 보라. 그가 핵무기 사용을 두고 오판을 내릴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때마다 우리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귀에 경을 읽고 있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전쟁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남북 간의 군사력 균형은 이미 심각하게 무너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의 ‘핵무장’ 억제를 위해서는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방법은 직접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아니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남한에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이나 핵무기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자위권으로서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창형 민주평통 전국상임위원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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