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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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추석(秋夕)은 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말로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다.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추석’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 곧 가을 중의 가을인 명절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러므로 일년 중 가장 먹을 것이 푸짐한 계절이다. 설 명절이 한 해를 맞는 ‘출발의례’라면 추석명절은 ‘수확의례’라 할 만하다.

추석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고대로부터 있어 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사회에 있어 날마다 세상을 밝혀 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번 만월(滿月)을 이루는 달은 고마운 존재였다.

밤이 어두우면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 있어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만월은 인간에게 있어 고마운 존재였고, 그 결과 만월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만월의 밤중에서도 일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8월 15일인 추석이 큰 명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만월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고 먹고 마시고 놀면서 춤추었으며, 줄다리기, 씨름, 강강수월래 등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다. 해는 어둠을 물리치지만 달은 어둠 속에서 고고히 빛난다.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조차도 끌어안는다. 서양에서의 보름달은 늑대를 부르고 괴물을 모으는 괴기스러운 존재이지만 우리에겐 그렇지 않다.

풍요로운 달도 이지러진 시절이 있듯이 세상사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삭(朔)의 시절이 지나면 다시 눈썹처럼 고운 초승달이 되었다가 어느새 한가위 보름달로 떠 만 천하를 비추는 날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 하는 속담이 있다. 이는 매일 매일이 한가윗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팔월 추석 때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뜻의 향언(Folktale)이기도 하다.

그것은 추석(秋夕)에는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고, 이날은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고, 즐거운 놀이를 하며 놀게 되므로 늘 이날만 같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것이다. 배불리 먹지 못하고, 일에 시달린 이 나라 민중의 소박한 소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한가위’란 추석을 이르는 말이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이 한가위를 ‘가배(嘉俳)’라 하였다.

‘가배’는 신라시대에 ‘추석’을 이르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한자로 표기되긴 하였으나, 순수한 고유어이다. 이는 ‘가운데’, ‘중간’을 이르던 말로, ‘보름’을 의미했던 것이다. ‘큰 보름’이 ‘한가위’로, 8월 보름을 특히 ‘큰 보름’으로 본 것이다. ‘한가위’의 ‘한’은 오늘날에도 접두사로 쓰인다. 요즘엔 ‘한가위’보다 ‘추석’이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제라도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만큼 순우리말인 ‘한가위’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결실의 계절, 가을에 맞는 추석 명절에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을 서로에게 주고받는다. 올해 추석을 맞이하여 독자들의 가정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와 같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가득하기를 빈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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