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시장의 두 가지 고민
김기현 시장의 두 가지 고민
  • 최인식 기자
  • 승인 2016.09.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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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기현 시장이 울산의 대통령 2대 공약사업 추진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국립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이 모두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조속히 진행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자체 검토만 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은 대통령 공약사업을 놓고 정부가 이제 와서 경제성이 낮다는 터무니없는 입장만 거듭하고 있어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 시장은 최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참석 후 관련 정부 측에 국립산업기술박물과 산재모병원 울산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장문의 편지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 2대 공약사업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의 이런 각오는 그럴만도 하다. 조선업 위기로 한때 잘나가던 울산이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로 인해 지역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돌파구 중 하나가 국립산업박물관과 산재모병원이다. 이들 2대 사업은 울산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태동을 알렸던 울산에 산업기술박물관을 짓자는 것이고,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기업이 밀집한 울산에 산재모병원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김 시장의 이같은 논리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여진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경제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와 미래를 모두 담아낼 시설이다. 산업유물과 자료 보관·전시뿐 아니라 교육·체험·문화시설을 갖춰 첨단기술을 알리고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기능까지 기대된다. 정부는 2013년 1조2천억원을 투입한 세계 최대 국립산업박물관을 짓기로 계획했다. 최소 관람수요 300만명, 부지 20만㎡, 박물관 건축비만 4천50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서울 용산, 경북 구미, 충남 아산 등이 뛰어든 유치전 끝에 건립부지가 울산으로 결정되면서 건축 전체면적 8만476㎡, 부지 매입과 건축비를 포함한 사업비 4천395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산업박물관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는 결과 발표가 수차례 미뤄졌다. 지난해 KDI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산업박물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산업박물관 규모를 줄이고 콘셉트를 조정하는 내용으로 계획(안) 변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KDI는 경제성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 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국립산재모병원도 산업박물관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10개 산재병원을 통합 관리하는 세계 10대 산재모병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2013년 수립했다. 2018년까지 4천296억원을 들여 UNIST에 전체면적 12만8천㎡, 500병상 규모로 건립하기로 했다. 산재 관련 의료 시스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생체·재활공학 분야 연구능력 강화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2013년 말 시작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규모도 지난해 말 사업비 2천300억원, 전체면적 5만㎡에 350병상 규모로 줄었다. 이 역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으로 현재 사업비 1천715억원, 전체면적 4만㎡에 200병상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의 2대 대형사업이 난관에 봉착하자 김 시장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산업박물관과 산재모병원 건립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장기간 지체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견인한 산업수도 울산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울산에 국립 시설이 없어 이들 시설이 국립으로 건립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인식 편집국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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