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 이야기
추석(秋夕)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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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적 명절 가운데 하나로 음력 8월 15일을 중추절(仲秋節)·가배(俳)·가위·한가위라 부른다. 중추절(仲秋節)이라 하는 것도 가을을 초추·중추·종추 3달로 나누어 음력 8월이 중간에 들었으므로 붙은 것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유리이사금 조에 의하면 왕이 신라를 6부로 나누었는데 왕녀 2인이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하여 무리를 만들고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모여서 길쌈, 적마(績麻)를 늦도록 하였다. 8월 15일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 이 때 부른 노래가 슬프고 아름다워 회소곡(會蘇曲)이라 하는데 이 행사를 가배라 부른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본다. 즉 음력 8월 15일은 대표적인 만월 명절이므로 이것을 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진 편에서 이긴 편에게 잔치를 베풀게 되므로 ‘갚는다’는 뜻에서 나왔을 것으로도 유추된다. 고려시대에 나온 노래 ‘동동’에도 이 날을 가배라 적었음을 보아 이 명칭은 지속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인 승려 원인(圓仁)도 산둥(山東) 근방에 살던 신라인들이 절에서 베푼 가배 명절을 즐겼음을 그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기록하였다. 신라가 6부였음은 1988년 4월 15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竹邊面) 봉평리(鳳坪里)에서 출토된 신라비석에 쓰여 있어 확인되었다. 이 비석은 524년(법흥왕 11)에 세워진 것으로 6부 중의 하나인 탁부 출신의 박사가 건립한 것으로 되어 있어 가배 풍속과 관련된 6부의 존재가 분명해졌다.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추석 행사를 가락국에서 나왔다고도 했는데, 이처럼 가윗날은 한국의 고유한 명절로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왔다. 이는 정월 대보름날의 예축적 의례와 서로 의미가 통하여 수확 경축적 의례라 하겠다. 따라서 지역별로 다양하고 풍성하며 다채로운 민속들이 나타난다.

한국의 전통 4명절인 설날·한식·중추·동지에는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추석차례 또한 조상을 기리는 추원보본(追遠報本) 행사이다. 호남지방에는 ‘올벼심리’라 하여 그 해 난 올벼를 조상에게 천신(薦新)하는 제를 지내며 영남 지방에서도 ‘풋바심’이라 하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천신할 목적으로 벤다. 일부 가정에서는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을 감사하는 제를 지낸다.

가윗날에는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기는데 특히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반나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중로상봉(中路相逢), 즉 반보기라고 한다.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고 할 정도로 추석을 전후하여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기쁨이며 희망이었다.

속담으로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고 열양세시기에 언급했듯이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와 만물이 풍성하며,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시루떡·인절미·밤단자를 시절음식으로 꼽았는데,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음식이다. 전하는 말로는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하여,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을 내며 반월형의 송편에 꿀·밤·깨·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쪄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고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농가월령가에도 신도주(新酒)·오례송편·박나물·토란국 등을 이때의 시식이라 노래했으며, 송이국·고지국도 영동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먹는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차례, 성묘를 지내며 조상에게 예를 다하며 풍년을 기원하며 가족, 친지끼리, 마을 사람끼리 행사, 놀이를 즐기면서 음식을 나눠먹었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의례와 행사 등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귀성 풍습은 남아있어 추석이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오가며 교통 혼잡을 이루는 것이 현실이다.

정성제 울산타임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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