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새 힘을
걸으면서 새 힘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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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아침에는 다리 4개로 가고, 점심에는 다리 2개로, 그리고 저녁에는 다리 3개로 다니는 동물은 무엇일까요?’가 있다. 이 수수께끼의 답은 ‘사람’이다.

아기가 팔다리로 기어 다니다가 혼자서 두 발로 아장아장 걸을 수 있을 때, 부모는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아이는 자라면서 걷고, 제자리에서 펄쩍 뒤기도 하고 때로는 달리기도 한다. 아이는 걸으면서 집에서 바깥으로 혼자 나가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걷는 즐거움을 자신도 모르게 알아간다.

인간은 두 발로 걸으면서 손은 땅에서 벗어나 수많은 정교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걷을 때는 많은 근육이 사용되며 뼈도 중력을 이기기 위하여 단단해지며, 신경조직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튼튼하게 된다. 연장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고, 길도 다니지 않으면 풀로 무성해져 없어지며, 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약해지고,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

우리나라도 농경사회일 때는 탈것이 거의 없어서 늘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학교도 걸어 다니고, 장을 보러 갈 때도 걸어가고, 논에 물꼬를 보러 가거나 밭의 풀을 뽑으러 갈 때도 걸어가고, 친구 집에 놀러갈 때도 걸어 다녔다. 지금 우리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편리한 대중교통 시대를 살고 있어서 짧은 거리도 걷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편하면 병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걷지 않고, 편하게 차와 KTX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정보화 사회에 들어오면서 우리는 더욱 사무실, 가게, 차 속에서 대부분 앉아서 일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 올레 길에서 시작한 걷기 운동은 우리 삶에 멋지고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뜻한다고 한다. 제주도는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걷기 좋은 길을 코스별로 개발하였다. 제주 올레 길의 성공에 힘입어서 전국에 수많은 걷기 좋은 길들이 개발되었다.

울산에도 대왕암공원 산책로, 강동사랑길, 솔마루길, 범서옛길, 읍천항 주상절리 산책로 등의 걷기 좋은 길들이 있다. 가까이 있는 울산의 테마 길을 걸어보자. 울기등대가 있는 대왕암공원은 해송 숲이 보기 좋고, 최근에는 해송 숲 사이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으며, 대왕암 쪽 해안 길의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솔마루길을 걷다보면 태화강과 어우러진 십리대밭, 공원, 그리고 십리대밭교,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솔마루길은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하여 울산대공원을 길게 가로지르면서 솔숲 사이로 걸을 수 있어서 울산박물관까지도 갈 수 있다. 읍천항 주상절리 산책로는 동해의 꽃이라 불리는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가 한 송이 국화 모양으로 동해에 피어 있다. 파도 따라 하얀 물보라로 뒤덮이는 주상절리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걸을 때 우리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걸을 때 우리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걸으면서 우리는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걸으면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와 햇볕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고, 실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며, 탐스럽게 익어가는 과일을 보고 농부의 수고를 알게 된다.

혼자 걸어도 좋고, 연인과 같이 걸어도 좋고, 부부가 같이 걸어도 좋고, 가족이 같이 걸어도 좋고, 동료와 같이 걸어도 좋고, 이웃과 같이 걸어도 좋다. 걷기는 우리의 삶에 활력을 주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게 하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걸으면서 이 땅에 태어나서 이 순간 숨 쉬며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힘들고 지칠 때, 일이 풀리지 않아서 머리와 마음이 복잡할 때, 걷자.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걷자. 두 다리에 힘주고 숨 한번 크게 쉬면서 걷자. 걸으면 새 힘이 생긴다.

최귀윤 울산과학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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