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를 보듬는 사람들
다문화를 보듬는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0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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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 조금은 낯선, 그러나 익숙한’(Distent yet close companions). 잘 다듬어진,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나게 만드는 전시회 이름이다. 울산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과 손잡고 지난달 30일, 62일간 예정으로 박물관 1층 로비에서 커튼을 연 공동기획전….

전시회의 성격은 ‘전시주제’에 잘 나타나 있다. “울산에 살고 있는 11개 나라 다문화 가족이 직접 들려주는 이주, 정착, 그리고 그들의 꿈과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동행의 의미를 살핌.” 네 가지 작은 주제가 돋보이는 ‘기획전시실 Ⅰ’에는 울산 거주 다문화 가족들이 고향에서 가져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생활용품을 비롯해 120건 320점이 전시공간을 여기저기를 빼곡히 메우고 있다. ‘인연, 새로운 시작 어울림’(1부), ‘낯설고도 익숙한 동행’(2부), ‘나 너 그리고 우리’(3부), ‘기대, 바람, 꿈, 그리고 미래’(에필로그)가 작은 주제의 차례를 이룬다.

“누구나 마음속에 고향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고향은/ 조금 더 먼 곳에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리플릿의 프롤로그도 무척 인상적이다. “저마다의 꿈, 인연으로/ 고국을 떠나 울산을 찾은 사람들,/ 울산에 살고 있는 11개 나라의/ 다문화 가족이/ 그들이 살아온 지난 시간,/ 오늘의 일상과 내일의 희망을/ 들려주고자 합니다./ …어쩌면/ 조금은 낯선, 그러나 익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식전행사로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 어린이 오케스트라 ‘울산 리틀 레인보우 오케스트라’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아마추어치고는 만만찮은 실력이었고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는 그 반향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의 개회사와 내빈 몇 분의 축사.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 짜오, 니 하오, 헬로우, 안녕하세요,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그는 여러 나라 인사말로 친근감을 드러내려 애썼다.

“제가 울산으로 오면서 생각한 것은 처용(處容)이었습니다. 경주 괘릉에 가면 서역(西域) 무인 석상이, 그리고 경주박물관에 가면 서역인을 닮은 토용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왠지 그 옛날 신라시대에 울산을 거쳐 들어온 서역인들의 얼굴이 오버랩 됩니다.” 그는 울산을 ‘세계 역사, 문화의 용광로’라면서 ‘울산 본(本)’ 얘기를 처음으로 꺼냈다. “왜 우리 한국에 본이란 게 있잖아요?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하는…. 앞으로 여기 계신 다문화 가족 여러분이 자신의 본으로 성씨 앞에 ‘울산’을 붙인다고 누가 뭐라겠습니까?”

마지막 순서는 11개 나라(미국, 호주, 네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11명의 다문화 이웃들이 정성 들여 내놓은 전시물 관람. 우연이지만,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8년째 통·번역사로 일하는 정태희씨(베트남 이름 쩐 티디엠투이 : Tran Thi Diem Thuy)도 만날 수 있어 참 반가웠다. 밤잠 설쳐가며 특별기획전을 준비한 최현숙 학예사의 해설이 이날따라 귀에 속속 들어오는 것 같았다.

“여기에 계신 다문화 가족들은 한국 사람이 되어 간다기보다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가져와서 모두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는 좀 더 열린 나라가 되어 있겠지요. 그리고 이분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중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이에요. 이 ‘이중언어’가 여러 나라 문화를 하나로 연결시켜 줄 것이고, 이에 힘입어 우리 아이들이 밝고 예쁘게 자라나면 우리나라도 크게 발전하리라 믿어요.”

신광섭 울산박물관장도 이날 의미 있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이 땅을 함께 지켜갈 우리의 이웃 다문화 가족들. 이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고민이 되었어요. 저는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해 보았답니다. 바로 ‘배려’와 ‘사랑’입니다.”

특별기획전은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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