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폐단, 그리고 쾌락
술의 폐단, 그리고 쾌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9.0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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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어 친지들과 어울리다 보면 과음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술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알아보기로 하자.

<우리 민족과 술>

‘후한서(後漢書)’ 동이전(東夷傳)에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고 전한다. 같은 책 부여(夫餘)조에도 ‘부여에서는 납월(臘月 : 음력 12월)의 제천행사 때 연일 크게 모여서 술 마시고 먹으며 노래하고 춤춘다’라고 적고 있다. 중국 한족(漢族)들의 눈에는 술 마시고 노래하는 우리 민족의 음주 습관이 특이해 보였던 것이다.

조선의 요리책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엔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고, 장(醬) 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하라’는 말이 있다. 밥은 따뜻한 것이 좋고, 국은 뜨거운 것이 좋고, 장은 서늘한 것이 좋고, 술은 찬 것이 좋다는 뜻이다.(출처:조선일보, 이덕일舍廊, 2006. 12. 7, P. A30)

<술의 폐단과 쾌락>

모든 세상사와 같이 술에도 선과 악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한다. 음주의 결과를 대략 살펴보자. 적당히 마셔 쾌락을 느끼기보다는 과음으로 폐단을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 술의 쾌락보다 폐단에 대한 격언을 먼저 언급한다.

- 初則人呑酒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 : 법화경)

- 酒不醉人 人自醉(=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 명심보감)

- 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 : 로마 속담)

- 전쟁, 전염병, 흉년, 이 세 가지를 합쳐도 술이 끼치는 손해와 비교할 수 없다. : W.E.그래드스턴)

- 여성이 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은 퍽 좋은 일이다. 두 잔 마시면 품위를 떨어뜨린다. 석 잔에는 부도덕하게 되고, 넉 잔째에는 자멸(自滅)하게 된다. : 탈무드)

내친김에 탈무드에 나오는 ‘술의 기원’에 대해서도 잠시 짚고 넘어가 보자.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는데 악마가 찾아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인간이 악마에게 “멋진 식물을 심고 있지! 이 나무에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려서 그 즙을 마시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라고 말하자, 악마는 그렇다면 자기도 한몫 끼워달라면서 양과 사자와 돼지와 원숭이의 피를 거름으로 쏟아 부었다.

그래서 술은 마시기 시작할 때 양처럼 순하고,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용감해지고, 그 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된다.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서 추태를 부린다. 이것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술에 대한 예찬론자도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만 알아본다.

백거이(白居易)는 “죽은 후 북두성에 닿을만한 돈을 남기더라도 생전의 술만 못하다”고 했다. 새뮤얼 존슨이란 사람은 “술은 지금까지 인간이 궁리해낸 것 중에서 가장 큰 행복을 만들어 낸 것”이라 했다.

다음은 음주를 격찬한 어느 술고래에 대한 일화다.

필자의 총각시절 일이다. 하숙집 사위는 술독에 빠져 코가 딸기코인데다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병색이 완연했다.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대는 통에 동네 소문은 좋을 리가 없었다.

어느 날, 나이 많은 장모가 자신을 찾아온 역시 나이 든 술고래 사위에게 한마디 충고를 했다. “이 사람아, 그 술 좀 대강 마셔라. 몸 생각을 해야지.” 장모의 충고를 듣고 난 사위가 응대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장모님, 술은 털도 없고 뼈도 없어서 마시면 술술 잘 넘어가 기분이 좋은데, 와 술을 못 마시라고 하는교? 참, 기가 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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