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어드는 한국 대기업
일자리 줄어드는 한국 대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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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는 인간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고 숙명이기도 한 행위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일자리’나 ‘취업’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더욱 절박함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국내 고용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과 대기업의 고용 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자, 조선, 철강 등에서 고용이 많이 줄어들어 고용 증가 폭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만 놓고 볼 때 2000년에서 2013년까지 전체 고용이 48만명 증가했으나 대기업 고용은 오히려 5만명 감소했다.

이렇게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다른 국가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독일의 경우 전체 고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고용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고용 증가 기여도가 28.2%로, 한국의 14.6%의 2배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도 같은 기간 대기업 종사자 수가 모두 감소했지만 고용 감소 폭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커서 전체 고용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은 오히려 1.3%p(미국), 3.2%p(일본) 감소했다.

즉, 다른 나라에서는 대기업의 고용 유지 및 창출 능력이 중소기업을 앞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기간 제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비중이 76.1%에서 80.4%로 4.3%p 증가했다.

한국의 사정이 독일이나 미국, 일본과 다른 이유는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의 변화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3%(2014년), 독일은 14.3%(2012년)인데 한국 대기업은 6.5%(2012년)에 불과하다. 독일, 일본의 제조 대기업은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비용을 인건비로 지불하는 것이다.

1998년 당시 9.8%이던 한국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2012년 6.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총 제조비용 대비 외주가공비 비중은 1998년 3.3%에서 2014년 5.6%로 70%나 늘어났다. 결국 한국의 대기업이 외주 확대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해 온 것이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물론 일자리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독일이나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용 유지 및 창출 능력이 중소기업을 훨씬 앞서고 있음에도 인건비 부담을 줄여 영업이익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가 중소기업의 질 낮은 일자리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저성장이 구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온 대기업의 일자리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대기업 집단의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서 일자리 대책이 출발해야 한다.

10대 대기업 집단이 사내하청 4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연봉을 1천만 원씩 인상할 경우 소요되는 재원은 4조원이다. 10대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 550조원의 0.7%만 사용하면 좋은 일자리 40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내수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시급하다. 근로자들의 늘어난 임금소득은 소비지출을 통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또한 대기업의 근무시간을 감축하면 같은 비율로 추가적인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에 비례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부 반론이 있긴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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