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럽다
학교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럽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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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폭염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었다. 한낮의 온도가 섭씨 35도를 넘는 일은 이젠 뉴스거리로도 식상해버린 듯, 태양은 세상을 불태워 버릴 것처럼 이글거리기만 했다.

‘폭염’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심한 더위’라고 간략하게 나와 있다. 사나울 폭(暴)에 불 화(火)가 아래위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불꽃 염(炎)을 합한 단어인 만큼 견디기 힘들만큼 무더운 더위를 일컫는 말로는 제격인 단어라 할 수 있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이웃 일본에서는 폭염을 사나울 맹(猛)에 더울 서(暑)를 합하여 맹서(猛暑·もうしょ)라 한다. 결국 나라는 달라도 견디기 힘들만큼 뜨거운 여름 날씨를 ‘사납다’-사나울 폭(暴)과 사나울 맹(猛)-라고 바라보는 마음은 똑같은 셈이다. 일본이나 우리나 사는 지역과 나라가 다르다고 더운 것을 덥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폭염은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는 폭염에 대한 특보를 내린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내려지는 폭염특보를 ‘폭염주의보’,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는 ‘폭염경보’라 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유난히 폭염특보가 많이 발표되었다. 게다가 국민안전처에서 보내준 폭염특보와 관련된 문자도 여러 번 받았다. 그동안은 폭염특보가 내려졌어도 그나마 학생들이 방학 중인 기간이라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방학이라도 방과후학교와 각종 프로그램 등으로 등교하는 학생은 꾸준히 있었지만, 전체 학생들에 비해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교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가 끊길 걱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7월 중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각 교실마다 에어컨을 사용하게 된다. 학급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도 순번을 정하여 층별 또는 건물별로 에어컨 사용시간을 지정해 주기도 한다. 에어컨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실내용 난방히터를 사용하는 것도 차례를 정해서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마다 이렇게 에어컨이나 난방기 사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전기요금’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배부되는 전체 학교예산은 학생 수와 학급 수를 기준으로 하여 일정하게 내려오는데, 덥거나 춥다고 냉·난방기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매달 전기요금 납부가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때문에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된다는 우스개 이야기까지 나눈 적이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 접하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감은 만만치가 않다.

교육용 전기요금의 기본금은 1년 중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날의 전력량 요율인 피크전력 사용량 기준으로 정한다. 그러기 때문에 학교의 경우 각종 학교행사 등 특정 기간에 전력 사용량이 매우 높고 방학 등에는 사용량이 적다. 결국 피크전력 편차가 커서 기본요금의 비중이 산업용 대비 약 109% 높아 불합리할 뿐 아니라, kWh당 129.1원으로 산업용 전기의 kWh당 106.8원보다 21%나 비싼 수준이라고 한다.

2014년 기준 에너지 자립도가 4.3%에 불과한 우리 실정을 감안하면 에너지 절약은 무조건 생활의 필수조건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무더위와 추위까지 참아가면서 공부하라고 한다면 정말 ‘국격’ 떨어지는 소리가 아닐까?

초중고 학교의 전력사용량이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의 0.6~0.7% 수준이라고 한다.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개선과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학교 전기요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교육가족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우리 아이들이 무더위와 추위를 견딜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데 더 이상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학교 살림살이가 꾸려질 수 있었으면 한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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