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이대로 둘 것인가?
지방의회, 이대로 둘 것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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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는 주민이 참여하는 생활정치 제도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이 자기 손으로 뽑은 선출직 공직자(지방의원)를 통해 지역의 살림살이와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손으로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일을 맡기고 감독함으로써 그 지역의 실정과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생활정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회를 꾸려 나가는 데는 연간 4천700억원이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17개 광역시·도에서 뽑은 광역의원 682명,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234곳에서 뽑은 기초의원 2천898명을 합치면 250개 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이 선출한 지방의원 수는 모두 3천580명이나 된다.

지방의원 1인의 연봉을 약 5천만 원씩으로 잡으면 연간 1천79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치단체별 보좌 인력을 평균 20명씩으로 잡으면 총 5천 명이 되고, 보좌 인력 1인의 연봉을 4천만원씩으로 치면 연간 2천억원이 보좌 인력의 인건비로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전국동시지방선거 비용 및 재·보궐선거 비용, 의회관리비까지 더하면 지방의회를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잠시 곁가지를 쳐보자. 지방의원들 가운데 예산의 편성·집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과연 몇 분이나 있을까? 문제는 효율성 여하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비용이 들어도 효과만 있다면 크게 흠이 될 것은 없다. 지방자치단체 총예산의 70%가 인건비, 복지비, 고정성 비용을 포함되는 경상경비라고 한다. 그렇다면 울산 동구의 1년 예산은 얼마나 될까?

알려진 바로는 약 860억원 정도다. 의원을 보좌하는 공무원 1인의 연봉을 3천500만원으로 잡으면 의회 보좌 인력으로 투입되는 공무원 20여 명의 연봉은 84억원가량 되고, 의회건물 유지비와 전기세, 물세 약 30억원(이미 투입)에 의원활동비 약 5억 원, 의원 8명의 연봉 약 48억원(1인당 약 5천만 원) 등 모두 해서 137억원의 혈세가 소요된다. 경상경비를 제외하면 200억~300억원을 편성하기 위해 137억원을 쓴다는 얘기다.

최악의 조선업 경기로 노동자,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 거의 모든 주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동구는 지난 7월 18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86억원의 제2차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동구의회는 후반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의장단 선출에 실패해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집행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의 심의·의결도 불투명해져 지역경제의 앞날을 가늠조차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조선업희망센터 운영비 28억원, 퇴직자지원센터 건립비 10억원, 청·장년 일자리 사업비 7억6천만원,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비 6억원 등 각종 지원 시책이 의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갖가지 비효율성과 정치적 폐해로 폐지까지 거론되었던 지방의회가 이번에는 주어진 직무마저 유기하고 있으니 이 엄청난 잘못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무보수 명예직에서 출발했던 지방의원들이 지금은 변질이 될 대로 되어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다. 의원들은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아 챙기고 의장은 각종 특혜의 단맛에 빠져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장은 수행비서 운전사에 3천cc 규모의 관용차량을 지원받고 기초단체장과 맞먹는 예우(의전)도 받는다. 업무추진비만 1개월에 220만원이 나오고, 비서진도 3명이나 지원된다. 의장 자리를 기어이 차지하겠다는 것은 이런 유혹 때문인가?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 지금 울산 동구의회의 민낯이다.

한 가지 또 안타까운 일이 있다. 지금까지 ‘의회를 사랑하는 모임’은 보아 왔어도 ‘의회를 감시하는 모임’은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풀뿌리 민주주의, 민생·생활정치의 주역들이 지금은 목이나 뻣뻣이 세우는 갑질 정치인으로 변질되어 있는데도 의회를 감시하는 모임은 고개를 내밀지 않고 있다.

필자는 감히 약속한다. 동구의회 의장단 구성이 끝나는 즉시 가칭 ‘의감회(=의회를 감시하는 모임)를 출범시키겠다고…. 그에 앞서 네이버밴드로 ‘의감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소모(=주민소환제를 위한 모임)’란 단체에 여러분을 삼가 초대하고 싶다. 인터넷으로 ‘http://band.us/n/a4abScBbg505N’라는 밴드 이름을 검색하면 가입하실 수가 있다.

박상태 울산 동구 방어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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