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지난 이 몸 겁날 게 없네! 멍멍멍’
‘삼복 지난 이 몸 겁날 게 없네! 멍멍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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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대한 이야기는 불경, 성경, 삼국유사, 왕조실록 등 여러 기록물에 등장한다. 개는 충직함, 비루함 등의 상징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 사람은 명을 마치고는 아비지옥에 떨어져 일 겁 동안 죄의 과보를 받고도 다시 그렇게 되나니, 이같이 되풀이하기를 수없는 겁에 이르느니라. 그 지옥에서 나오면 축생에 떨어지되, 개나 승냥이가 되어 그 모양이 야위고 검고 비루먹어 사람에게 차이며, 또 사람에게 미움받고 천대받고, 항상 기갈에 시달려 뼈와 살이 맞붙으며, 살아서는 매를 많이 맞고, 죽어서는 돌무더기에 묻히리니, 부처의 종자를 끊은 까닭에 이런 죄보를 받느니라.”《법화경 비유품》

개나 승냥이는 개과에 속한다. 관찰의 경험으로 보아 사실적인 설명에 공감이 간다.

사찰 벽화 중에 흰 개가 등장하는 그림이 있다. 내용을 간추려 보자.

부처가 사위국에 사는 마랍도제의 집에 들렀다. 마침 도제는 없었다. 그런데 흰 개 한 마리가 달려 나와 부처를 향해 사납게 짖었다. 부처가 개를 향해 “네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개의 껍데기를 썼도다.” 했다. 개가 듣고는 끙끙거리며 주는 먹이조차 먹지 않았다. 도제가 돌아와 자초지종을 듣고 부처를 찾았다. “그 흰 개는 너의 아버지다. 돌아가서 개에게 재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 하여라.”고 부처가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개에게 재물 있는 곳을 물으니 입과 발로 마루 밑을 파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금은보배가 독마다 가득했다.”(중아함경)

불교에서 불자 혹은 사람에게 보신탕 먹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경계한 것은 개는 욕심 많은 부모가 과보로 받은 몸으로 비유됐기 때문이다.

“이에 백성을 인도하여 물가에 내려가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무릇 개의 핥는 것같이 그 혀로 물을 핥는 자는 너는 따로 세우고 또 무릇 무릎을 꿇고 마시는 자도 그같이 하라 하시더니…”(사사기 7장5절)

개는 주인 중심의 생활을 한다. 개를 충직의 상징으로 인식하게 된 동기이다. 전쟁에 나아가 임전무퇴할 군사의 충성심을 개로 비유했다.

“제54대 정명왕 때인 정명 5년 무인(戊寅, 918)에 사천왕사 벽화 속의 개가 짖으므로, 3일 동안 불경을 강설하여 이를 물리쳤더니, 반나절이 지나자 또 짖었다.”(삼국유사 정명왕 조)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련 스님도 앞의 내용을 일반적이 아니라 특별하게 분류했다.

“여섯째는《서경(書經)》에 ‘안일과 욕망으로써 나라에 본보이지 말라’ 하였으니, 안일과 욕망이 덕(德)을 해치는 것은 어찌 한 가지 일뿐이겠습니까? 궁실(宮室)은 편안하게 거처하고자 하고, 음식은 화려하게 먹고자 하고, 비빈(妃嬪)·잉첩(?妾)의 시중과 재미로 하는 사냥의 즐거움과 개[狗]·말[馬]을 기르는 것과 화초(花草)를 완상(玩賞)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천성[人性]을 해치고 사람의 정욕[人情]을 방탕하게 하니 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태조실록.1392)

안일(安逸)과 욕망을 경계하는 일을 사헌부의 상소문을 통해 알 수 있다. 궁궐 생활의 문제점 중에 개 사육에 대한 문제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상왕이 말하기를, 필요 없는 개[狗]를 많이 길러서 창고에 곡식만 허비하니, 그 폐단이 심히 크다. 하물며 개에게 주는 식료가 사람이 먹는 것과 같으니 진실로 좋지 못한 일이다. 금후로는 먹이를 매월에 3말씩 감할 것이며, 그 중에 좋은 개 5마리만 가려서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여러 신하에게 나누어 주라 하였다.”(세종실록.1420)

상왕이 관견(官犬)의 수를 줄일 것을 명하는 등 당시 궁궐 내의 개 사육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개 혀’ 혹은 ‘혀’ 등 두 자 혹은 한 자로 말해도 알아듣는단다. 무척 해학적인 표현이다. 한 시대의 고유음식 중 하나인 보신탕도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사람들의 입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는 대상이 되고 있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중앙징계위원회가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연합뉴스.2016.7.1 9.)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취중이든 농담이든 사람의 입에서 ‘개’라는 단어 혹은 이야기는 안 나오는 것이 좋다. 개는 오랜 기간 폄하, 비하의 상징으로 비유되어 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무더위가 심했다. 아무리 부모자식 사이라도 ‘여름철 방문은 호랑이 보듯 무서워한다’던 표현도 주말 한 줄기의 소나기로 무색해졌다. 삼복더위에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눈치 보던 개도 말복이 지나자 한마디 하며 짖을 것만 같다. ‘삼복 지난 이 몸 겁날 게 없네! 멍멍멍.’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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