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물고기 <下>
태화강 물고기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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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의 3대 진객, 또 다른 회귀어종 은어가 4월이 되면 태화강을 찾아옵니다. 은어는 거의 1급수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은어가 돌아왔다는 것은 태화강의 수질이 1급수가 되었다는 의미를 갖죠. 은어는 2010년 이후 태화강을 찾아 주로 망성교와 구영교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성장한 성어는 백로(白露)를 전후해 태화강 하류에서 산란을 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태화강을 찾는 연어와 은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치어방류 사업이 느슨해져서인지 태화강의 수질이 나빠져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시 한 번 신경 쓰고 확인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태화강에 늘어나고, 다시 찾아오는 물고기가 있는 반면에 사라져가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1998년 조사에서 발견되었던 쌀미꾸리, 드렁허리, 백조어, 다묵장어, 큰가시고기, 기름종개 등이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90년대 선바위보 아래 웅덩이에 그렇게 많던 기름종개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댐 건설, 농약 살포, 하천 정비로 인한 서식지 환경 변화 등이 원인이겠지만 기름종개가 자취를 감춘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태화강에 다시 돌아온 회귀성 어류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온 토착성 어류를 보존하는 문제도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외래종과 한 지붕 아래 네 가족>

태화강에는 3종의 외래어종이 살고 있습니다. 배스, 블루길, 떡붕어입니다. 70년대 초를 전후해 국내에 도입된 이 3종 중 가장 골치 아픈 종은 배스입니다. 이 배스는 태화강에 수심이 1m가 넘는 본류 정수역을 장악하고 그 큰 입으로 우리 토종 물고기와 회귀성 어류의 치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습니다. 인공산란장을 설치하여 배스 알을 제거하고 배스 낚시 대회도 열어보지만 역부족이죠.

반면에 배스나 끄리 등 육식성 어류가 출현하지 않고 우리 토종 물고기들끼리 옹기종기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도 있습니다. 어디냐구요? 그곳에 가면 분명 수심도 1m 전후이고 정수역이며 주변에 수초가 많아 배스가 살 것 같은데 아직까지 배스는 발견되지 않았죠. 이곳에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잔가시고기, 송사리 등 우리 토종물고기가 한 지붕 아래 4가족이 오순도순 살고 있습니다. 올 조사에서는 각시붕어와 잔가시고기의 개체수가 예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척과천입니다. 이곳에 영원히 외래종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월 선바위 주변에 태화강 생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이제 울산의 학생들이 연 중 생태관에서 태화강의 물고기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관 인터뷰를 위해 전시관을 처음 둘러보았을 때 너무나 낯선 얼굴, 얼굴, 얼굴들. 태화강의 물고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급하게 구해온 딴 동네 물고기들. 이들이 태화강의 물고기라고 우기며 아무렇게나 뒤섞여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 생태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연구원을 비롯해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태화강의 물고기를 자처하던 가숭어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스라엘 향어는 태화강의 물고기인양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물고기 전시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가장 큰 수족관에는 태화강의 우점종을 전시하자고 했습니다. 작은 수족관들에는 한국특산종을 전시하고 회귀성 어류, 납자루아과, 망둥어과, 외래종, 태화강에서 사라져가는 물고기, 낙동강에서 유입된 어류, 외래종, 육식성 어류, 기수역에 사는 물고기 등을 구분하여 전시하면 찾아오는 손님이나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도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생태관과 지역의 탐사전문가가 함께 태화강을 탐사하자고도 하였습니다.

어디 밥 한술에 배가 부르겠습니까? 지금 방학을 이용해 태화강 생태관에서 실시하는 생태체험교실이 학생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 하니 점차 보완해 나간다면 태화강 생태관은 연어를 비롯해 태화강의 물고기를 보존하는 일은 물론 시민과 학생들을 위한 전국적인 생태명소가 될 것입니다.

-끝-

조상제 울산강북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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