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workaholic) 국가
일중독(workaholic) 국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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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믹 웹사이트 ‘도그 하우스 다이어리(Dog House Diaries)’가 2013년 말 만든 인포그래픽 ‘나라별 선도 분야’에 따르면 한국은 ‘일중독(wor kaholic) 국가’다. 북한은 검열국가, 일본은 로봇 생산 국가, 중국은 탄소배출국인 동시에 재생에너지 분야 선도 국가다.

‘일중독’은 계속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게 여기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전문가들은 마약중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중독증’은 생활의 양식이어야 할 직업에 사생활을 많이 희생해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말 공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 2천124시간(2014년 기준)이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고, 가장 짧은 독일(1천371시간)보다 753시간이나 더 길다.

유럽 국가들의 근로시간은 무척 짧은 편이다. 가장 짧은 독일 다음으로 네덜란드(1천425시간), 노르웨이(1천427시간), 덴마크(1천436시간), 프랑스(1천473시간), 스위스(1천568시간)와 스웨덴(1천609시간)이 그 뒤를 잇는다. 미국은 1천789시간, 일본은 1천729시간으로 역시 한국보다 많이 짧다. 한국은 OECD 가입국 평균(1천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일한다. OECD 근로자들보다 연간 평균 2개월(8.8주) 더 일하는 셈이다.

2천124시간을 52주로 나누면 주당 40.8시간이다. 한국에서 주당 평균 5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3.1%에 달한다. OECD 평균(1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 스웨덴은 전체 근로자 중 단 1%만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한다.

한국 근로자들은 이처럼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전 세계 물가와 환율이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명목소득을 환산한 ‘구매력 평가 기준’ 시간당 평균소득은 14.6달러로 독일(31.2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이처럼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한국경제의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과 일자리 질이 날로 저하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우리나라 고성장을 선도한 제조업의 고용 증가율은 최근 일시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사상 최저 수준을 밑돈다. 질 낮은 일자리만 조금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4천331만 3천 명 중 취업자는 59.6%인 2천580만 명이고, 이 가운데 임금근로자 수는 1천923만 3천 명(15세 이상 인구 중 44.4%)이다. 고용률(15~64세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수)은 65.7%로, 70%를 상회하는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다.

어렵사리 취업해도 그것이 괜찮은 일자리일 가능성 또한 매우 낮다. 2016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 중 32%인 615만 6천명이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내하청 근로자와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훨씬 늘어나 5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 대기업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2013년 말 현재 73만 개에 불과하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2000년에 비해 5만 개나 줄어들었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질도 낮지만, 근로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은 높지 않다.

저성장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근로시간 감축(work sharing)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짧게, 제대로 일하기의 실천방법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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