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8.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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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년들을 보면 요즈음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비록 못 살았지만 그래도 대학 캠퍼스에는 멋과 낭만이 있었다. 인생을 논하고, 취미생활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지상최대의 목표인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만 한다.

인생선배 및 교수 입장에선 한편으로 기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마음이 아프다. 꿈을 먹고 자라야 하고, 창의와 아이디어가 번득여야 할 다음 세대가 이렇게 먹고 살 걱정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염려가 앞선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법안 통과 안 시켜준다고 국회 타령만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제라도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역대 최고인 12.5%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청년 실업자 56만 명에 취업 준비자(57만 9천명)와 구직 단념자(47만 4천명)를 합치면 무려 세 배에 달하는 161만여 명의 청년들이(2016년 2월 기준) 일자리를 찾고 있다.

물론 일자리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기계파괴 운동을 벌였지만, 그때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겼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확산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고, 서비스업 일자리마저 위협당하고 있어 이제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1980년대에는 매년 약 1.9%씩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2000년 이후에는 일자리 증가세가 1.2%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제가 1% 성장하면 취업률이 0.44% 상승했지만, 그 이후에는 0.36%밖에 성장하지 않는다.

또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이제 은퇴 후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은퇴 후에 잘못하면 30~40년 이상을 소비계층으로 남아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을 더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980년에 5%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 비중이 2011년에는 1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또 노령자의 건강도 크게 개선이 되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률, 취업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젊은이나 은퇴자나 일자리를 찾고 경쟁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일자리 만드는 일에 모두가 미쳐야 할 만큼 절박한 시대가 되었다.

정부는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퇴직 근로자를 재고용하면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만을 빼앗는 것이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으로, 또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객차가 기관차를 끌고 가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관차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이윤을 안 가져가는 기업이 착하고 좋은 기업이 아니라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 착하고 좋은 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 세금 많이 내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착한 기업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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