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청산, 무궁화, 울산 <下>
기청산, 무궁화, 울산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31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31일로 끝난 ‘제26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 그리고 난생처음 찾아가 본 포항 기청산식물원(箕靑山植物園). 우리 일행의 안내를 도맡은 이는 ‘경북생명의숲’ 소속 여성 활동가였다. 미흡한 설명은 인솔자인 조상제 선생이 간간이 채워주었다. 조 선생이 설명판을 가리키며 무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상하게 풀어나갔다. 

<▲학명 : Hibiscus syriacus L. ▲영명 :  Rose of Sharon (신에게 바치고 싶은 아름다운 꽃) ▲한자 : 無窮花(木槿花, 天指花)- 영원히 피고 지지 않는 꽃> <나라꽃이 된 유래=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근역(槿域) 또는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가 많은 것이라 하였다.>

여기서 잠시, <上>편에서도 조금 언급했었지만, 무궁화의 원산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낀다. 설(說)이 무궁화 꽃잎처럼 몇 갈래로 나뉘기 때문이다. 주요한 선생(시인, 언론인)은 무궁화의 원산지를 ‘인도’라고 했다. 하지만 기청산식물원 쪽은 견해가 다른 것 같았다. 설명판에 적힌 그대로 ‘우리나라 서해안 지방과 중국 랴오뚱 반도’로 보는 것이다. 조상제 선생은 중국 쪽 기록을 근거로 원산지가 우리나라 서해안일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근 50년 가까이 무궁화 연구와 품종개량에 몸을 바친 심경규 박사의 태도는 의외로 단호했다. “원산지가 뭐 그리 중요해. 무궁화란 꽃이 중요한 거지.”

심경규 박사와의 통화가 두 차례의 시도 끝에 가까스로 이뤄진 것은 31일 저녁나절. 일흔일곱 노익장의 목소리는 의외로 쩌렁쩌렁했다. 기청산식물원 이삼우 설립자보다 대학교 1년 선배이고, 심완구 전 울산시장과는 사촌지간이며, 고향은 남구 야음동이라고 했다. 고향사랑이 남달랐던 박사는 자신이 개량한 무궁화 신품종에 틈만 나면 고향을 담으려고 애쓴 것 같았다. ‘학성, 처용, 여천, 야음…’ 하는 식으로. 울산 이름이 줄잡아 9가지는 된다고 했다. 

심 박사는 고향사랑의 뜻으로 몇 해 전 두 지자체에 무궁화 수십 그루씩을 분양해 주었다. 중구 구 삼호교 근처 화단과 남구 선암호수공원 근처 환단 두 곳이 심 박사의 애정이 듬뿍 밴 ‘나라꽃 무궁화동산’. 포항 기청산식물원 순례를 마치던 날(7월 23일) 오후, 일행은 순례의 뒤끝을 구 삼호교 무궁화동산 답사로 장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얼마나 아름답고 탐스럽게 자라고 있을까? 하지만 기대는 금물이었다. “나무 옆으로 구덩이를 깊게 파 줘야 잔디나 잡초가 끼어들지 않을 텐데….” “밑거름도 주고 물도 자주 뿌려 주었어야 했는데….” 안타까운 것은 뙤약볕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죽어 가는 무궁화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나라꽃 무궁화동산’ 설명판의 끝부분 ‘꽃 색에 의한 분류’는 그런대로 눈여겨볼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배달계=중심부에 단심(丹心)이 없는 순백색의 꽃, ▲아사달계=중심부에 단심이 있으며 백색의 꽃잎에 붉은 무늬가 있는 꽃, ▲단심계=중심부에 단심(붉은색 또는 자색 계통의 무늬)이 있는 꽃. (단심계는 다시 白·紅·靑 세 가지 색깔로 곁가지를 친다.)

기청산식물원은 우리 일행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고 지저분하다” “무궁화는 꽃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일본이 우리 나라꽃의 이미지를 일부러 왜곡시키려 지어낸 말이라는 것. 식물원은 특히 ‘무궁화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바랐다.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천만의 말씀! 영양과 수분이 충분하면 이틀이나 피기도 하고 밤늦도록 피어있는 품종도 다수다.” ‘꼴뚜기 새한’이란 제목의 글도 의미심장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무궁화 망신은 새한이 시킨다. 일본에서 개발된 ‘백란’이라는 흰 겹무궁화를 우리나라에 수입한 자가 ‘새한’이라고 그럴 듯하게 개명하여 전국에 퍼뜨려 60% 이상 심어졌는데 꽃이 질 때 추한 꼴을 하는 저질 무궁화다. 기청산 원장이 ‘꼴뚜기’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