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으로 차려진 생명의 밥상
유기농으로 차려진 생명의 밥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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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울산을 오가다보면 ‘대한민국이 참 넓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전을 출발할 때는 비가 엄청 내리고 있는데 울산에 도착하면 파란 하늘을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우산 관리가 참으로 어렵다. 이런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전면적인 농산물 개방과 세계화 때문이다.

2014년 현재 농가인구가 전체 인구의 불과 6% 미만인 275만 명이고, 그나마 70%가 60세 이상이라고 한다. 식량자급율은 2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기반을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은 1.5ha에 불과하고, 연간 농업소득은 1천만 원 정도로 영세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는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57%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농사는 고되고 소득이 적으니 젊은이가 기피하는 산업이 되었다.

사람들은 먹고 살만해지자 어떡하면 먹을거리를 통하여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땅을 살리며 환경을 보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유기농이다. 유기농은 화학비료 및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업을 말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퇴비와 같은 유기비료를 사용하며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농업이다. 이는 대량 살포하는 화학비료나 농약이 땅을 오염시키고 우리 몸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지구는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다. 현대사회의 모든 가치관이 물질만능주의로 바뀌면서 급속한 도시화와 기업들의 대량생산을 위한 환경 파괴, 에너지 낭비, 정체불명 화학제품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도리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받는 부메랑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런 위협들을 제외시키는 것이 유기농이기에 생명농업이라 한다.

땅에서 자란 곡식이나 볏짚을 가축이 먹고 그런 가축의 배설물이 다시 거름이 되고, 또 그런 가축들이 인간의 건강한 먹거리가 된다. 인간은 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함으로써 가축과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순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유기농을 순환농업이라고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종류도 모르는 방부제와 환경호르몬, 유해 화학물질, 화학비료, 농약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옥시 사태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유전자변형식품(GMO)으로 국민과 자연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요즘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암에 걸려 아파하는 어른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때부터 이들 가족은 유기농을 찾기 시작한다. “아프기 전에 미리 유기농을 먹었더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후회도 함께하면서.

좋은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된다. 우리 농촌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농산물을 정직하게 생산하는 농민들이 아직 많이 있다. 유기농은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을 선호하고, 빠름보다 느림을 선택하며 강한 것보다 약한 것을 돌보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 지금부터라도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이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며 더 나아가 땅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유기농산물은 당연히 조금 비싸다. 생명농산물이기 때문이다. 돈으로 비교할 가치가 아니다.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보다 좋은 환경 유지를 위한 비용을 함께 지불하는 것이다. 가급적 도시와 농촌을 직접 연결하여 유기농산물을 많이 소비하면 좋겠다. 소비자인 시민들은 안전한 먹을거리가 안정적으로 생산되도록 ‘우리농촌 살리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그래서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이 땅의 농민들이 더욱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비단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다. 이제부터 생명 존중과 국민적 연대를 바탕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자. 무더위 속에서 이 땅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에게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이동구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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