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청산, 무궁화, 울산 <上>
기청산, 무궁화, 울산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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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끝자락의 주제를 ‘무궁화 순례’로 잡았다. ‘무궁화’라면 떠오르는 곳과 사람이 있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청하마을의 기청산식물원과 울산 출신 심경구 박사(76, 원예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그 ‘곳’과 ‘사람’이다. 기청산식물원은 222개 품종의 무궁화를 자연 상태로 가꾸어오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사립 식물원이고, 심경구 박사는 대학교를 졸업하던 1963년부터 지금까지 47년간이나 무궁화 연구와 품종개량에 헌신해 온 분이다.

무궁화 순례(pilgrim) 구상은 북구 송정동 고헌 박상진의사 생가 앞마당에 촘촘하게 심어진 무궁화 수십 그루가 마련해 주었다. 조상제 강북교육지원청 과장과 장학사 세 분, 이동고 생태체험지도사 강사가 순례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조 선생이라면 학생 인성교육 교재로 활용할 정도의 ‘무궁화 마니아’이고, 이 선생이라면 기청산식물원에서 5년간 연구원·교육부장으로 몸담았던 분이다. 든든한 도우미와 동행하는 셈이 됐다.

포항의 기청산식물원을 행선지로 정하고 휴가 마지막 날(23일) 순례의 페달을 밟았다. 때마침 이날은 식물원에서 ‘제26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의 막이 오르는 날이었다. 일행은 승용차 두 대에 나눠 타고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울산?포항 고속도로를 신바람을 일으키며 달렸다. 고속도로 끝 지점까지 30분이 채 안 걸렸다. 문득 ‘일일생활권’이란 말과 '해오름 동맹'이란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다시 20분을 더 달렸을까? 길가에 큼지막하게 얼굴 내민 ‘Hometown of President Lee Myung-Bak(이명박 대통령의 고향마을)’이란 이정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흥해읍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다시 청하중학교를 바로 곁에 자리잡은 뱃머리마을. 일행이 눈여겨보고 싶어 했던 무궁화 축제는 ‘하나 되는 나라꽃, 포항에서 꽃피우다’란 주제로 이 마을 식물원 입구 무궁화동산에서 막을 올리고 있었다. 행사가 31일까지 9일간이나 계속된다니 그저 부러운 생각뿐이었다. ‘주최’ 명단에 산림청이, ‘주관’ 명단에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같이 이름을 올렸으니 필시 누군가의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었으리라. 그 노력은 마을 진입 찻길 언저리가 무궁화나무로 뒤덮여 있는 사실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식물원 이삼우 대표(75, 임학, 청하학원 이사장)는 심경구 박사와 전공학과만 다를 뿐 거의 동년배이자 같은 대학교(서울대 농대) 동창이었다.

행사 주제어에도 나타났듯이 ‘무궁화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뜻은 오직 하나였다. 무궁화를 기어이 ‘나라꽃’으로 지정하겠다는 일념과 열정! 참으로 우연하게도 23일자 경향신문은 ‘토요 기획’ 난 한 면을 광고도 없이 온통 무궁화 이야기로 채우고 있었다. 꾸미는 제목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꽃”인 줄 알았나요?> 밑에 <‘나라꽃’ 아닌 무궁화, 20대 국회에선 공식 ‘국화(國花)’ 될까>란 큰 제목을 달았다. 그동안 고개를 내밀었던 찬반양론도 같이 실었다.

주요한 선생(시인·언론인)은 1964년 '오피니언 리더들의 국화에 대한 인식'(경향신문)에서 “원산지가 인도인 외래(外來)식물이므로 자생(子生)식물을 국화로 삼아야 한다. 차라리 개나리로 하자. 무궁화는 꽃송이로는 하루살이인데다 진딧물이 많아 청결하지 못하다”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원산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도산 안창호 선생의 견해는 달랐다. 민족의식 고취 연설을 할 때마다 “우리 무궁화동산은…” 하며 외쳤던 선생은 “이미 토착화된 식물로 원산지를 따질 이유가 없다. 100일 동안 한 나무에서 수천 송이가 피고 지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민큼 국화로서 적격이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토요 기획’은 16?19대에 8건이나 발의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무궁화를 국화로 공식 지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고 전했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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