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모두가 내 손자손녀”-개운초 한강희 교장
“학생들 모두가 내 손자손녀”-개운초 한강희 교장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6.07.2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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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없는 교육현장 조성·직접 쓴 가훈 선물도
 

“선생님, 우리반에 가서 같이 놀아요.”

지난 19일 울산 남구 개운초등학교. 5층에서 영어수업을 끝낸 한 무리의 학생들이 1층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선생님을 맞닥뜨리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요청에 선생님은 “가도 되겠냐”고 말하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학생들은 스스럼이 없었고, 선생님도 당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개운초 3학년 여학생들이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한강희(사진) 교장 선생님이다.

담임선생님도 아니고 교장선생님이라면 으레 말붙이기도 쉽지 않고, 도리어 피해 다니려는 게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강희 교장은 다르다.

그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등굣길 학생들을 늦게까지 한명 한명 다 챙긴다. 고학년 저학년에 관계없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권위를 내려놓고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한강희 교장은 학생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아침 등굣길 교통안전지킴이를 자처하는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들에게도 평소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어려움은 없는지를 살피고 있다.

한강희 교장이 부임한 이후 개운초등학교에는 여러모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미주알고주알 길게 이야기하던 아침 조회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결 간결해졌고,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들 간에 격의 없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매일매일이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붓글씨가 취미인 한강희 교장은 얼마 전에는 전교생들에게 가훈을 직접 붓글씨로 써서 나눠 주기도 해 학부모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한강희 교장은 “처음 학급 담임을 맡았을 때 학년이 끝나면 좋은 문구를 붓글씨로 하나씩 써서 나눠줬다. 그러다 교감이 되고 나서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좌우명을 써줬고, 신천초에서 처음 교장이 됐을 때는 전교생에게 가훈을 써준 게 계기가 돼 여기 개운초에 와서도 가훈을 써주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인성교육의 기초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학교에는 교훈이 있고 가정에는 가훈이 있다. 가족끼리 모여 가르침을 정해 그걸 공유하면 학생들의 심성함양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가훈 써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평소 교육철학을 묻는 질문에 한강희 교장은 “거창한 교육철학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학생들 모두가 내 손자손녀라고 생각하는 게 나의 교육철학”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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