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설계자 위한 센터, 규모 더 키웠으면”
“노후설계자 위한 센터, 규모 더 키웠으면”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7.19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계완 내일설계지원센터장
▲ 박계완내일설계지원센터장.

울산시 중구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학장 박광일). 정문에서 오른쪽 ‘Digital Hall’ 3층을 찾은 때는 한 주가 막 시작되는 지난 18일 오전이었다. 정오까지는 아직 1시간도 더 남았지만 전기기초반 강의실 안은 체온과 복사열에 취업열기까지 더해 흡사 ‘찜통’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19명의 시선은 이 대학교 이정기 교수(전기과)의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라도 놓칠세라 고도의 집중도를 보인다. ‘내일실천교육’ 1기생들. 그들만의 공간은 한마디로 ‘열공(熱工)’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은퇴 후 일자리 원하는 베이비부머’ 교육

내일설계지원센터가 야심차게 기획한 (내일)실천교육의 첫 마당은 ‘전기 과정’ 60시간과 ‘인테리어 과정’ 60시간. 이 과정을 모두 이수해야 비로소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수강생들은 개강일인 지난주 월요일(11일)부터 금요일(15일)까지 하루 6시간씩, 그동안 30시간을 거뜬히 소화해 냈다. 찾아간 때는 마침 2주차 첫날 강의가 진행 중이던 시각. 1기생 25명 가운데 여성 3명을 비롯한 6명이 ‘결석’ 혹은 ‘지각’으로 자리를 비우고 없다. 집일 또는 눈병치료가 그 이유라 했다.

“처음엔 20명 정원이었는데 신청자가 두 배(40명)나 몰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25명(남 21, 여 4)으로 늘렸지요.” 밤낮없이 수강생 챙기기 바쁜 내일설계지원센터 박계완 센터장(60)의 귀띔이다.

듣자 하니 ‘실천교육’인데도 여성신청자가 의외로 많았다. 센터는 그 때문에 잠시 고민에 빠져야 했다. 실천교육은 ‘직장을 은퇴하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베이비붐 세대’ 또는 ‘노인 세대’가 그 대상이다. 프로그램을 그래서 남성 중심으로 짰는데 그만 차질이 생기고 만 것. 궁리 끝에 집념 강한 여성신청자 4명에게 특별기회를 주기로 했다.

실천교육과는 달리 1기생 수료생을 먼저 낸 ‘인문학산책교육’(5.11∼6.3)은 11대 17로 여성이 더 많았다. 뒤따라 개강한 ‘사회나눔교육’(6.15∼7.13)은 4대 29로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이만하면 여성에 대한 배려는 할 만큼은 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생각이다.

“기술 배워 인테리어 일이라도 해봐야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이정기 교수의 양해를 구하고 남녀 수강생 한 분씩, 두 분을 차례로 만나보기로 했다. 속내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베이비붐 첫 세대에 해당되는 1955년생 윤재천 선생(남구 신정동)과 한 살 아래 1956년생 김호점 여사(여·남구 옥동)가 대화의 주인공.

말문을 먼저 연 쪽은 윤 선생이다. “취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되면 뭐라도 붙들고 싶고, 여건이 되면 창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에 (수강을) 신청했지요.” 전에는 일반기계를 다루었다는 그는 (주)풍산에 15년쯤 다니다가 그만두고 한동안 소규모 사내하청 업체를 경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기계발에 도움 되겠다 싶어서 오신 분도 더러 있겠지요. 사실 전기기술은 집에서도 쓸모 있는 기술이 아닙니까?”

이번엔 김 여사가 말문을 열었다. 목표가 뚜렷했다. “100세 시대라는데 경력도 단절되고 뭘 해보려고 해도 뾰족한 수도 없고. 창업 아니면 경제(살림)에 도움 되는 일자리라도 구할까 해서 신청했죠. 작년에 1년 남짓 장애인들한테 공예 기술을 가르쳤는데 여건이 안 맞고 장소도 옮겨 다녀야 해서 그만두었답니다. 전기 교육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재미있어요. 교육과정이 모두 끝나면 인테리어 쪽에서 일할 생각이죠.”

실제로 전기 기술은 인테리어 기술과도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표현을 ‘인테리어’라 했지만 ‘도배’라 하는 것이 오히려 이해가 빠를 것이다.

앞서도 잠시 언급이 있었지만 실천교육의 교과과정상 전기 기술 60시간 뒤에는 인테리어 기술 60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수강생 모두에겐 1분 1초도 소중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진지하던 실천교육 1기생들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내일실천교육' 1기생들이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에서 전기기초반 강의를 듣고있다.

폴리텍대학, 훌륭한 교육인프라로 ‘수탁’ 영예

박계완 센터장이 내일설계지원센터 개소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올해 초. 그는 지금까지 7개월 가까이 초심 잃은 적이 한 번도 없노라 스스로 자부한다. 그는 베이비부머 은퇴자로서 노후설계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깊게 해본 적이 있어서다. 울산캠퍼스 내 ‘Smart Hall’의 2층 전체(324㎥=약 100평)를 선뜻 센터에 통 크게 내준 박광일 학장의 열정에 누구보다 진하게 공감하는 까닭도 있다.

박 학장은 지난 3월 30일 내일설계지원센터 개소식 인사(개회사)에서 희망적인 약속의 메시지를 몇 가지 던졌다. “은퇴는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 세대를 아우르는 노후설계를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울산광역시 내일설계지원센터를 교육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우리 대학에서 운영하게 됐습니다. 우리 대학과 센터에서는 능력이 있는 한 사회에 봉사하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은퇴 없는 노후, 행복한 노후를 지원하는 데 든든한 힘이 돼 드리겠습니다.” 마침 이 자리엔 김기현 시장, 박영철 당시 시의장, 김복만 교육감도 축하차 참석해 약속의 무게감이 더해 보였다.

내일설계지원센터는 울산지역 베이비붐 세대(1955∼1963 출생)와 노인 세대의 ‘제2인생 설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울산시가 설립한 전담기구다. 공모를 거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가 중구시니어클럽을 물리치고 수탁사업자 선정의 영예를 않았다.

울산캠퍼스가 사업을 떠맡게 된 가장 큰 이유(장점)가 있다. ‘직업교육대학’이란 별칭에 걸맞게 교육 인프라, 특히 기술교육 인프라(시설·장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실 전기기술 교육이 이뤄지는 ‘Digital Hall’만 해도 교육여건이 어떤 교육기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강사진에 이 학교 교수가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적 강점의 하나다.

방학기간만의 실천교육… 한계 극복이 과제

다만 한계는 있다. 실천교육이 폴리텍대학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학기간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은퇴한 베이비붐·노인 세대의 재취업·창업을 감안한다면 박광일 학장으로선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네트워크 구축’도 한계 극복의 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내일설계지원센터는 지금까지 중구·북구·울주 시니어클럽과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대전 이모작지원센터 등 5개 유관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내일개발 프로그램’의 내용을 더더욱 푸짐하게 채우기 위한 기반작업 같은 것이다.

그런 고민이 아니더라도 박계완 센터장에겐 새로운 고민이 하나 더 있다. 그는 당초 사업계획에는 없었던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한 실천교육’의 구상에 푹 빠져 있다. 그 이유는 강의실 사용에 따른 한계에 있지 않다. 몇 차례 수강신청을 받다 보니 터득한 지혜다. 신청자 수가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내일설계교육의 기회를 더 많은 은퇴 베이비부머(Baby-boomer)와 노인 세대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구인업체·구직자 개발도 맡은 일

‘구인업체 개발’과 ‘구직자 개발’도 박 센터장에게는 짊어져야 할 짐의 하나다. ‘구인업체 개발’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자리를 미리 찾아두어야 교육수료생들이 기댈 언덕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의 말이다.

매월 60개 업체를 찾아가 연말까지 구인업체를 470개를 채운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난 주엔 북구 중산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두 곳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일자리가 나면 우리 센터 교육수료생들부터 우선적 배려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구직자 개발’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구인·구직의 날(채용박람회) 같은 때 접수창구를 따로 마련했다가 모아진 구인·구직 정보는 구·군의 관련부서와 공유한다. 자체적으론 ‘Smart Hall’ 2층에 ‘콜센터’를 따로 두고 일자리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구직자용 ☎222-9782, 구인처용 ☎247-9782).

그 결과 올 들어 ‘노인일자리 취업 실적’이 약 40%에 육박했다. 일자리 신청 527명에 취업 210명(7.13 현재 39.8%)이면 무시 못 할 실적이다.

연령별로는 베이비부머가 140명, 65세 이상 노인 세대가 70명을 차지했다. 일자리별로는 경비·환경미화가 1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운전·운송(33), 기계·생산·건축(16), 결혼·음식(13), 판매·서비스(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 과정의 에피소드 하나를 넌지시 공개한다. “소위 잘나가던 업종에 종사했던 분들은 대체로 ‘사무직’을 원하면서 희망월급을 ‘월 250만원 이상’으로 적어내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계완 센터장은 다음달 하순 비교적 큰 홍보 행사를 하나 마련할 계획으로 지금도 바쁘게 움직인다. 8월 27일로 잡아놓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설계 콘서트’가 그것. 약 450명을 모이게 해서 특강도 하고 체험행사도 베풀고 일자리 상담도 할 참이다.

지난해 12월 남구청 행정지원국장을 끝으로 공직생활 37년을 마감했다. 두 살 아래 김성만 여사(58)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김미선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