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풍구·풀무
불매·풍구·풀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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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성냥간, 대장간, 풀무간이라고도 불리던 편쇠간은 마을마다에 있었으며 그 마을의 농기구며 가재도구 중에 쇠붙이로 만든 모든 도구를 만들거나 벼르는 작업장이다.”(김석보. 울산문화 제7집. 1991).

불매, 풍구, 풀무는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의 이름이다. 풍로, 송풍기, 부채, 선풍기도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의 이름이다. 영어 벨로어스(bellows)도 ‘바람을 불어 넣는다’는 뜻으로 풀무와 같은 말이다.

바람은 무거운 비행기를 뜨게 한다. 풀무는 석탄처럼 천천히 불이 붙는 연소성 물질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서 짧은 시간에 온도를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바람을 공급하여 연주하는 악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풍금(風琴)과 아코디언(accordion)이다. 풍금은 발로 공기 개폐기를 조정하며, 아코디언은 양팔을 이용하여 공기통인 주름상자를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여 공기량을 조절한다.

고대 부족국가에서 제철 기술의 축적은 나라를 지키고 점령하는 데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였다. 신라 제4대왕 석탈해의 탄생설화에는 ‘야장(冶匠=쇠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삼국유사: 탈해왕 조).

고대 인도에서 제철기술이 발달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를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서천축의 아육왕이 황철 5만 7천근과 황금 3만 푼을 모아서 석가삼존 상을 주조하려다가 이루지 못하고 배에 실어 바다에 띄우면서 축원하기를, ‘부디 인연 있는 국토에 가서 장륙존상을 이루소서’라고 하고, 아울러 한 부처와 두 보살의 상도 실었다.”(황룡사장육). 신라 제24대 진흥왕 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민요 가운데 <서도소리>에 ‘풍구타령’이 있다. “신계곡산(新溪谷山)의 풍구 무쇳덩이도 녹이는데/ 우리 둘의 풍구 불러만 간다네/ 삼수갑산(三水甲山)의 풍구가 얼마나 좋은지/ 꽃 같은 날 두구 풍구 불러만 간다네/ 신계곡산의 풍구가 얼마나 좋은지/ 우리 집 낭군은 풍구 불러만 간다네”(풍구타령-서도소리). 민요를 통해 신계곡산 지역과 삼수갑산 지역의 쇠부리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울산 민요에는 <불매가>가 있다. “불매 불매 불매야/ 이 불매가 뉘 불맨고/ 경상도라 도불매요/ 쇠는 쇠는 어디 쇤고/ 전라도라 좌랑쇠/ 풀딱풀딱 잘도 분다”(불매가-동부소리).

울산에는 신계나 삼수와는 다르게 1981년부터 쇠부리를 놀이로 만들어 전승하고 있다. “울산 쇠부리는 1981년 정상태(전 울산MBC 프로듀서)씨가 울주군 두서면 인보리에 생존해 있던 최재만(당시 81세)옹을 만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정상태씨는 이 ‘불매소리’와 경남 일원에 생존해 있던 쇠부리 일꾼들을 취재하여 고(故) 이유수 향토사학자 등과 함께 민속놀이화했다.”(울산매일. 2016.6.27. 울산쇠부리 문화콘텐츠의 개발·활용방안).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쇠부리 놀이를 만든 정상태씨의 인터뷰에서도 ‘쇠부리’가 아닌 ‘쇠부리 놀이’라고 말한 점이다. 울산문화원 시기에도 ‘불매소리’(울산문화 제15집. 1999), ‘쇠부리 놀이’(울산문화 제16집. 2000)란 표현이 사용되었다.

북구에서 매년 5월경이면 여는 ‘쇠부리 축제’는 쇠부리 놀이에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련 실험에서는 철광석 460kg과 목탄 760kg, 소성조개류조각 72kg, 황토 47kg이 들어갔으며, 철광석과 조개류조각, 황토가 579kg, 슬래그 배출량이 315kg, 잡쇠덩이가 60kg 정도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련 실험에서는 21.2kg의 잡쇠덩이를 정련해 철정 4점을 생산했다. 단야 실험에서는 철정을 이용해 창과 낫 등 철기 3점을 만들어 냈다.”(울산매일. 2016.06.24)

쇠를 만드는 전 과정을 ‘제철’이라고 하는데 옛말은 ‘쇠부리’다. ‘쇠부리 놀이 축제’는 쇠부리 판쇠 과정을 시대에 맞게 만든 놀이문화다. ‘쇠부리 축제’로 확대시켰으니 놀이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겠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맥이 끊어진 울산의 소중한 문화유산 ‘쇠부리 기술’을 복원하는 사업, 다시 말해 고대 원형로 복원 실험, 조업준비 및 정련단야, 고대원형로 복원실험, 쇠부리로 해체 등 산업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굳이 문화원에서 매달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다고 해도 ‘눈 먼 사람 삼밭 지나가는 식’이기에 하는 말이다.

지역 문화원의 역할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창달이 중심이다. 쇠부리를 바탕으로 한 시대적 놀이문화의 다양성을 개발하여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할 일이다. 승무를 추기 위하여 반드시 승려의 수행생활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쇠부리’와 ‘쇠부리 희(戱)’는 구별되어야 한다. 울산 ‘쇠부리 축제’는 앞으로 재현에 비중을 두기보다 시대적 문화콘텐츠 개발과 활용 방안에 몰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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