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선거, 그 뒷얘기
의장단선거, 그 뒷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17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의회 제17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는 15일 오후 2시, 전반기 의장인 박영철 의장직무대행의 ‘의사봉 3타’로 막을 올렸다. 정확히 3시간25분 지난 오후 5시25분, 본회의는 윤시철 신임 후반기 의장의 의사봉 3타로 마침표를 찍었다. 단일 안건을 다룬 본회의로는 역대 최장(歷代 最長)일지 모른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안건은 ‘제6대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이었다.

지난 12일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의장단(의장, 제1부의장, 제2부의장)선거의 경쟁률은 나란히 2대1이었다. 5개 상임위원회(의회운영, 행정자치, 환경복지, 산업건설, 교육) 위원장선거에선 산업건설 쪽만 단독일 뿐 나머지는 모두 2대1이었다.

선출방식은 정견발표 후 무기명투표. 순서에 따라 김종무 의장후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주인공이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 참 많이 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가 동료의원 여러분과 함께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기의 울산을 구할 구원투수로 의정 경험이 풍부한 제가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본회의 시작 전까지도 그럴듯한 예측은 ‘11대10’(야당 1표 제외)이었다. 여당 내에서 김종무 후보가 윤시철 후보를 1표 차이로 누를 거라는 측근의 표(票)분석 결과였다. 잔뜩 고무된 김 후보는 점괘가 현실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낙관’(樂觀)은 힘이 넘쳐난 그의 말 속에서도 엿보였다. “집행부 눈치나 보고 끌려 다니는 의회가 아니라 시민들의 이름으로 당당히 요구하고 관철시키는 의회를 만들겠습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반목하지 않고 고래심줄 같은 끈끈함과 단단함으로 하나 되는 의회를 꼭 만들겠습니다.”

뒤이어 ‘중앙당 낙점(落點) 인사’라는 윤시철 의장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문장 표현이 좀 더 세련됐다는 느낌을 주었다. “의회는 집행부의 카운터파트로서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견제하면서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며 가야합니다. 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제가 먼저 야당이 되겠습니다. 불의에 맞서는 소금이 되겠습니다.” 윤 후보는 ‘혁신하고 개혁하는 의회’를 강조하면서도 집행부를 ‘울산의 미래를 같이 일구어 나갈 동반자’로 규정했다. 여성(與性)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개표 결과는 ‘11대10’이란 점괘와는 한참 차이가 났다. 12대9에 기권 1로 윤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의정담당관실에서 미리 준비한 ‘당선인사’도 윤 후보 차지가 됐다. “지지하지 않으신 동료의원 여러분들의 뜻도 높이 받들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모든 오해와 갈등, 대립과 분열은 오늘 선거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면 합니다. 우리 의회가 화합과 통합의 용광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장단선거를 전후해서 시의회 안팎에선 많은 예측과 분석이 오고갔다. 뒷얘기도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확인된 것 한 가지는 ‘신예의 승리, 노장의 패배’로 풀이되는 ‘완전 물갈이’ 물결이었다. 이를 두고 ‘여당 신주류의 도약, 구주류의 몰락’이라 평하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감과 ‘패거리 정치’의 재확인이었다. 선거결과를 두고 지역정치권 일각에선 “정심(鄭心)이 이심(李心)·김심(金心)의 측면지원을 바탕으로 박심(朴心)을 눌러 이겼다”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한다.

김종무 의원은 이번 ‘삼 세 번 도전’의 좌절로 쓴 잔을 세 번이나 든 셈이 됐다. 2년 전 이맘 때 전반기 의장 추대 하루 만에 낙마(落馬)한 일과 기초의원 시절 타의에 의해 남구의장실 진입 일보직전에 주저앉은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시철 신임 후반기 의장이 희구하는 ‘화합과 통합의 용광로’ 그 중심에 김종무 의원과 그 지지자들이 자리 잡게 되길 희망한다. 재임기간 중에 ‘배신의 정치’, ‘패거리 정치’의 싹도 과감히 잘라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정주 논설실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