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와 가진 사람들
무풍지대와 가진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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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가계와 기업, 정부 등 우리나라 경제 3주체의 부채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소주와 김밥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품목의 가격까지 상승되다보니 지갑 열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위치한 가진 사람들, 특히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임에도 예외로 치부(恥部)된다니 걱정이 앞선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2013년 처음 1천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천2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가 넘는 ‘한계가구’ 수는 2015년 158만3천 가구로 3년 새 20% 가까이 뛰었다. 늘어만 가는 것은 가계부채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업대출도 전년 대비 6.9% 늘어난 943조 3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국가채무는 590조 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57조 3천억원 증가했다.

한편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물고 있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2% 중반이다. 특히 소주와 김밥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져 1, 2위를 기록했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외식품목인 라면 값은 3.6% 올라 물가상승 품목 상위 8번째 자리에 올랐고 짬뽕(3.5%), 자장면(3.4%), 떡볶이(3.4%) 등도 차례로 9∼11위를 차지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가진 사람들은 딴 세상에서 온 외계인으로 여겨진다. 먼저 가진 자들, 권력자들의 대표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국회의원들의 못난 행동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서 촉발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보좌진 전체의 채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친인척 채용은 ‘고전적 수법’으로 통한다. 보좌진 임면권을 100% 독점한 의원들의 편법 채용과 각종 갑질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은 알기 힘든 그들만의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원들의 보좌진 ‘월급 빼먹기’는 곳곳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의원이 보좌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좌진의 월급 상납은 묻히기 일쑤다. 정치권 일각에선 월급 일부를 상납받는 것은 그래도 양심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유령 보좌진’을 등록해 놓고 월급을 통째로 가로채기도 한다. 일부 의원은 보좌관 5천만원, 비서관 3천만원 식으로 후원금 모금액을 할당하는 일도 있다니 큰 문제다.

의원 한 명에게 지급되는 보좌진 인건비는 연간 4억4천570여 만원이다. 의원 300명에게 보좌진 인건비로만 1천337억여 원의 세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을 누가 받는지, 이들이 제대로 받아 가는지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가진 사람들이 횡포를 부리는 ‘황제노역 논란’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는 양도소득세 약 27억원을 포탈해서 각각 4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결국 전씨는 2년 8개월의 노역형을 받게 됐다. 원래 내야 했던 벌금 40억원을 2년 8개월로 나눠 보면 일당 400만원짜리 노동을 하는 셈이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해서 움츠러들면 경제 3주체의 부채 규모는 더 확대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 수행이 관건이라 생각하며 이들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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