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큰 애기’
‘울산 큰 애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7.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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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울산 큰 애기’는 일제강점기의 신민요 ‘울산타령’이나 곁가지 친 대중가요들이 아니다. ‘최초의 학사가수’ 김상희씨(73)가 불러 히트 친 ‘울산 큰 애기’가 그 주역이다. 신춘희 시인은 그의 저서 ‘노래로 읽는 울산’에서 “1965년 라미라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나화랑 작사곡집 NO 14’에 수록돼 있는 김상희의 노래”라고 소개한다.

아쉽던 차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2004년 7월 8일자 서울신문 기사다. 당시 울산주재 강원식 기자는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 애기…”로 시작되는 김상희의 ‘울산 큰 애기’에 대한 갈증을 조금은 풀어준다. 그는 노랫말 속의 시대배경을 ‘절대빈곤의 시절 1960년대’라 했다. 허튼 설정은 아니다. 작사가 탁소연(작곡가 나화랑씨의 부인)씨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남편과 떨어져 사는 울산 큰 애기의 애틋한 사연을 노랫말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강 기자는 ‘큰 애기’를 “맏며느리를 정답게 일컫는 경상도 말”이라 풀이했다.

작곡가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곡을 붙인 나씨는 당시 유명 작곡가여서 가수들이 곡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씨는 김상희가 ‘울산 큰 애기’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지 직접 연락해 노래를 주었다. 당시 김씨는 ‘대머리 총각’으로 막 이름이 알려진 신인가수나 다름없었다.” 강 기자는 가수 김상희씨가 곡을 건네받은 이유에 그 나름의 상상력을 갖다 붙였다. 과연 그의 상상력은 옳았던 것일까?

참고로, 서울이 고향인 김상희씨는 본명이 ‘최순강’이다. 고려대 2학년 때 KBS 전속가수 겸 TV 진행자(‘당신의 멜로디’)가 됐다. 이 무렵 KBS PD였던 류훈근씨는 이후 그녀의 남편 자리와 함께 울주군 소재 동해펄프(주) 회장 자리에 오른다. 김씨는 12년 전(2004년) ‘울산광역시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한다. 그 배경에 대해 ‘울산포커스’ 기자는 이렇게 전한다. “김상희씨는 ‘울산 큰 애기’를 불러 울산사람들의 아름다운 심성을 다른 지방에도 널리 알리고 고향 떠난 울산사람들의 애향심을 불러일으킨 공로로 울주군에 의해 명예시민 추천을 받았다. 남편 류훈근 동해펄프(주) 회장의 후원으로 간절곶에 ‘울산 큰 애기 노래비’를 세우게 된 것도 공적에 들어갔다.”

설(說)을 종합하면, 간절곶 노래비 건립(2000.7.15)을 도운 이는 당시 박진구 울주군수, 이두철 울주문화원장, 그리고 후원회원들이었다.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은 김씨의 남편이자 동해펄프 회장이었던 류훈근씨가 발휘했다. 이 대목은 노래비 건립 취지문을 썼던 이부열 당시 울주문화원 사무국장(수필가)의 도움말이 필요할 것 같다.

‘울산 큰 애기’ 얘기를 새삼 꺼낸 이유가 있다. ‘종갓집’, ‘문화도시’ 브랜드화로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린 박성민 중구청장이 ‘문화관광도시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사용하겠노라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박 청장은 이 아이디어를 지난달 28일 열린 ‘문화관광도시 발전방안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꺼냈다. 재미난 것은 ‘울산 큰 애기’에 대한 박 청장의 해석이다. ‘울산 큰 애기’를 ‘중구 반구동 아가씨’로 몰아간 것이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이 마을 처녀들이 인물 좋고, 마음씨도 좋았는데 이를 노래한 것이 ‘울산 큰 애기’라고 억지주장(?)을 편 것이다. “입에 풀칠하기 힘들었던 60~70년대 보릿고개 시절, 반구동 아가씨들만은 예외였다”는 보충설명도 곁들인다.

어쨌거나 박 청장의 아이디어 선점 능력은 탁월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역발상의 귀재라는 서동욱 남구청장보다 한 수 위”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박 청장의 언급이 울주군을 비롯한 다른 자치구의 눈치를 훔쳐보려는 ‘애드벌룬’이란 해석도 없지 않다. 설령 그렇다 해도 시비를 당장 걸고 나올 단체장은 없을 것 같다. ‘상표등록’을 먼저 해놓은 주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축구단 ‘울산 현대’가 치어리더 이름을 ‘울산 큰 애기’로 붙인 뒤로도 여태 태클 걸고 나오는 이가 없는 것만 봐도 그런 느낌이 짙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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