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전정감각 문제일수도
어지럼증 전정감각 문제일수도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06.27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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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호전되지만 원인없는 경우도 있어
▲ DK동천병원 하병립 전문의가 어지럼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면 큰 의미가 됩니다. ‘오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입니다. 이러한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에도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붉다, 시끄럽다, 거칠다, 썩는 내가 난다, 달콤하다 등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있는지 잘 모르고 살아가는 감각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름을 붙이자면 ‘전정감각’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의 회전, 상하좌우로의 직선운동, 중력에 대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등을 감지합니다. 전정감각은 시각, 관절의 위치감각등과 협력하여 신체의 균형을 잡아 주고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공간학습 능력에도 관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마트폰을 쥐고 팔을 앞으로 펴고 달려가며 동영상을 촬영해 보십시오.

녹화된 동영상 속의 화면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정기관은 우리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그리고 머리/몸이 움직이는 각도에 딱 맞게 우리의 안구를 움직여 눈에 상이 정확하게 맺히도록 도와줍니다.

많은 분들이 차를 타면 멀미를 합니다. 승차 중에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거나 하면 잘 유발 됩니다. 전정기관은 몸이 가속, 감속하고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 전정기관의 예상에 맞게 스치고 지나가는 경치가 아니라, 눈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합니다. 뇌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받아들입니다. 무언가 오류가 있다고 받아들일 때 사람들은 바로 어지럼을 느낍니다. 심하면 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전자가 멀미를 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운전자는 항상 주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고 더구나 가속, 감속, 회전을 하며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있으므로 멀미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매우 심한 어지럼이 발생할 때 오히려 양성의 경과를 보이는 질환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성체위성돌발현훈,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의 경우 격심한 현훈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수 주 이내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됩니다. 많은 뇌졸중 환자 분들이 발병 전에 대수롭지 않게 막연히 어지러웠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역설적입니다. 방심하면 큰 것을 놓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먼 옛날 인간의 선조들은 실수로 독성물질을 먹어서 어지럼이 생기는 경우가 요즘의 메니에르 병 같은 순수한 내적인 질환에 의해 어지럼이 생기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럼이 있으면 위의 내용물을 토해 버리는 것이 진화적으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지러우면 왜 토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필자 가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지럼이 있으면 구역질이 올라오거나 심하면 토하기도 합니다.

말초의 전정기관을 침범하는 질환들은 많은 경우에 예후가 좋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 어지럼이 장기간 이어집니다. 발병 한지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지났는데 어지럽다고 하십니다. 여러 병원을 방문하여 뇌영상 검사, 전정기능 검사를 반복해도 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어지럼을 호소하십니다. 연세가 많고 무증상의 뇌혈관 질환을 가진 분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럼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그렇더라고 검사나 치료가 일상화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지럼을 진료하는 신경과 및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현실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환자 분들께 막연한 것 보다는 구체적인 진단을 내리고 병소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리 =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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